1988이 부르고, 2015가 응답했다

입력 2015-11-23 08:22 수정 2015-11-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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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무실은 월요일이 되면 지난 주말에 봤던 <응답하라 1988>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1987년생인 나는 1988년 때 아직 겨우 갓난쟁이였으므로 그때의 시대를 100% 모두 공감한다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1988에는 자매끼리 살벌하게 치고받는 이야기, 잔소리하는 엄마, 둘째의 서러움 등 십년의 시간쯤 훌쩍 뛰어넘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있다.

웃다가 울다가도 자꾸 나의 눈을 사로잡은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제품들을 캡처해 뒀다. 그리고 2015년인 지금, 남거나 사라진 제품들을 모았다. 드라마는 아직 4화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건만, 추억만큼은 벌써 한 보따리다.

* 아래 이미지 출처는 모두 tvN <응답하라 1988>이다

하이트진로 크라운맥주

<응답하라 1988>(이후, 응팔이라고 부르련다)에는 크라운맥주가 참 많이 나온다. 단순히 PPL이라고 치부하기엔 부족하다. 크라운맥주는 하이트의 전신으로 1952년 출시되어 1993년 단종될 때까지 무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맥주로 사랑받아왔으니까. 하이트진로가 단종되었던 크라운 맥주를 22년 만에 부활시켰다. 디자인도 그때 그 시절 그대로다. 단, 한정판이라고 하니 보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단 사자.

롯데 월드콘

막내아들인 노을이가 아빠의 퇴근길을 마중 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빠와 함께 구멍가게 앞에서 오붓한 월드콘 타임이라니, 나라도 매일 마중 나갔을 듯. 월드콘은 1986년 출시해 올해로 벌써 30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아이스크림이다. 지금의 월드콘은 치즈맛, 커피맛 그리고 허니유자 등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넉넉한 인심의 땅콩과 초콜릿은 여전하다.

빙그레 투게더

부자의 단란한 아이스크림 타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연히 덕선이와 딱 마주친 것.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둘째의 서러움은 폭발한다. 덕선이를 달래기 위해 아빠가 건넨 것은 투게더 아이스크림이다. ‘온 국민이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정통 아이스크림을 즐기자’라는 뜻의 이름처럼 용량이 넉넉해서 밥숟가락으로 푹푹 떠서 먹기 좋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패키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포니2

포니는 현대자동차가 첫 번째로 독자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초반에는 ‘포니’를 가지고 있는 집은 ‘좀 사는 집’으로 불렸을 정도로 부의 상징이었다. 1975년 포니가 출시된 이후, 7년 만인 1982년 5도어의 해치백 스타일의 포니 2가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응팔에서는 복권을 맞아 벼락 부자가 된 김성균네 차로 등장한다.

롯데껌 삼총사

요즘은 자일리톨 껌이나 가끔 씹지만, 이 CM송 만큼은 종종 부른다. ‘오오~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 아마 다들 이 기사를 읽으며 같이 흥얼거렸겠지? 롯데껌의 삼총사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 민트다. 능력은 없어도 정은 많은 가장 성동일이 껌 파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게 마지막이라며 결국 할머니 껌을 사는 장면에 등장한다. 이때도 껌 파는 할머니가 있었다니, 놀랍더라.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짜장면을 시키면 쥬시후레쉬를 쿠폰과 함께 나무젓가락에 랩으로 싸서 줬었는데….

하이트진로 진로 소주

추억의 진로 소주다. 우리가 매일 들이키는 이슬은 1998년에서야 등장한다. 진로 소주의 상징인 두꺼비 심벌은 처음에는 약간 뾰로통한 모습이었다가 지금은 많이 온화해졌다. 진로 소주는 이제 구할 수 없지만 우리에겐 참이슬이 있으니 술 대신 참이슬 91년의 역사가 담긴 히스토리 잔은 어떨까? 술 한 잔에 역사가, 술 한잔에 그리움이. 캬. 취한다.

백설햄 88에디션

80년대생인 나에게도 소시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반찬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싫어했지만, 진짜 햄도 아닌 생선살로 만든 분홍 소시지가 난 그렇게 좋더라. 그래 응팔에서 나오는 것처럼 파 송송 썰어 넣은 계란옷을 입혀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잘 구워내면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내가 지금 이게 매우 먹고 싶어 특별히 사진을 많이 준비했다. 다시 봐도 군침 돈다.

백설햄에서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즐겨 먹던 네 가지 햄을 88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선보였다. 동그랑땡부터, 비엔나, 김밥에 넣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맛있는 불고기햄, 켄터키 후랑크까지 우리가 좋아하는 도시락 반찬이 모두 모여있다.

폴라로이드 큐브 / 인스탁스 미니 70 

김성균네 가족은 엄마의 생일을 맞아 ‘비후까스’를 먹으러 경양식집에 간다. 그리고 경양식집에서 서비스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이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되지만 그때야 워낙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아니던가. 즉석카메라는 당연히 폴라로이드. 십여 년 전만 해도 즉석카메라를 무조건 폴라로이드라고 부를 정도로 폴라로이드가 즉석카메라 시장을 평정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폴라로이드는 2007년 카메라 생산을 중단, 2009년에는 즉석 카메라 필름 생산까지 중단해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지. 다시 즉석카메라 생산을 시작하긴 했지만, 이미 즉석카메라의 주도권은 후지필름 인스탁스로 넘어갔다. 아무튼, 폴라로이드에서 액션캠을 선보였다. 35mm로 아주 작고 귀여운 액션캠 큐브의 가격은 17만 3000원. 여전히 즉석카메라의 손맛이 그립다면 인스탁스 미니 70으로 달래보자. 가격은 15만 9000원.

델몬트 오렌지 주스

그래, 어렸을 적엔 오렌지 주스가 엄청 무거운 유리병에 들어있었다. 저유리병은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항상 보리차를 담는 병으로 쓰곤 했다. 지금은 유리병이 아니라 저렇게 플라스틱으로 나온다. 처음 돌려서 딸 때 ‘뻥’하고 나는 소리가 참 좋았는데….

썸싱 스페셜

정환이가 수학여행을 위해 챙겨온 비장의 무기 ‘thㅓㅁ싱 스페셜’이다. 제품명인 썸싱 스페셜은 특별히 선택된 최고의 원액으로만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의 뜻처럼 고급 제품은 아니고(고급라인은 로얄살루트다) 보급형이라고 보면 된다. 뒷맛이 부드러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동네 슈퍼에서도 볼 수 있던 술이다. 비슷한 급으로는 대학교 엠티 때 진짜 어른이 된 기분으로 먹어보겠다고 덤볐던 맛없고 값싼 ‘캪틴큐’가 있다.

롯데 밀키스

밀키스는 1989년 4월에 출시된 제품으로 1988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 것이 아닌 이상, 이 드라마에 나와서는 안 될 제품이다. 롯데칠성은 밀키스보다 5년 먼저 출시된 암바사를 따라잡기 위해 국내 최초로 외국인인 주윤발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주윤발이 어색한 한국말로 “싸랑해요~ 밀키스”를 말한 것이 메가히트를 쳐서 한때 청량음료 업계를 쥐고 흔들었다(역시 스타마케팅!). 탄산음료에 우유를 섞은 듯한 오묘한 맛이지만, 가끔 생각난다. 덕선이가 먹는 것은 딸기맛으로 아쉽게도 지금은 구할 수 없다.

나이키 에어포스 올백 로우

나이키 제품 중 가장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모델이다. 어떤 옷에든 잘 어울리고, 심지어는 교복에도 잘 어울린다. 응팔에서는 정환이가 이 신발을 동네 형들에게 빼앗기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귀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 나이키 사이트에는 여성용 밖에 없으며, 미국 사이트에는 9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인기가 많은 모델이긴 하지만, 물량이 많아 그리 구하기 어려운 제품은 아니다.

나이키 조던3 파이어레드

나이키 조던3 파이어레드는 20년도 더 지난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모양을 갖췄다. 위에 말한 것처럼 정환이가 에어포스를 ‘삥 뜯기고’ 난 다음에 사는 운동화다. 그당시 나이키는 정말 부자만 신고 다녔다. 지금도 마일리 사이러스, 지드래곤 등 국내외 다양한 셀럽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조던3 시리즈는 워낙 인기가 많아 상당한 프리미엄가를 지불해야만 살 수 있다.

일화 맥콜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는 잘 안 팔아서 먹을 수 없는 비운의 음료다. 한때 코카콜라를 위협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를 잡기 위해 해태에서는 비슷한 맛의 ‘보리텐’을 출시하기도 했다. 다른 탄산 음료에 비해 부드럽고 크리미한 거품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꼭 흑맥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응팔에는 병에 담긴 맥콜도 나오더라.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지금은 김빠진 콜라처럼 사그라진 비슷한 음료로는 815콜라와 천연사이다가 있다.

미놀타 X370

그 당시 카메라는 정말 귀한 물건이었다. 우리집도 장롱 속, 엄마가 시집올 때 해온 솜이불 밑에 카메라를 꼭꼭 숨겨뒀었다.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덕선이는 이 귀한 카메라를 수학여행에 가지고 갔다가 기차에 두고 내린다. 사진은 경주에서 내리지 못해 부산까지 가고 만 미놀타의 모습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셔터 한 번 눌려 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리는 바람에 정확한 모델을 알 수 없어 그때 당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미놀타 X370 모델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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