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소로스는 가해자, 서정진은 피해자?!…개미들의 공매도 편 가르기

입력 2016-02-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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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왼쪽)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오른쪽)에게 ‘공매도’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한 사람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고, 한 사람은 회사를 잃을 뻔 했습니다.(AP/뉴시스)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왼쪽)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오른쪽)에게 ‘공매도’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한 사람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고, 한 사람은 회사를 잃을 뻔 했습니다.(AP/뉴시스)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 ‘샐러리맨의 신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나이, 출생, 학력, 직업 모든 게 다른 두 사람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을 수식하는 단어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매도입니다. 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넣는 것을 말합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되죠.

“손에 없는 주식을 판다고? 사기 아니야?”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공매도는 ‘투기’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기’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실적발표가 예정된 A기업의 주가는 1000원입니다. 실적이 별로라네요. 주가가 내려갈 것 같습니다. 먼저 한 증권사에서 A기업 주식을 빌려 1000원에 팔아버립니다.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말이죠. 며칠 뒤 예상대로 A기업 주가는 8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제 곧바로 주식을 매수해 증권사에 갚을 차례입니다. 시간의 순서는 바뀌었지만 800원에 사서 1000원에 팔았으니 주당 200원을 번 셈입니다.

이 분야 최고 기술자(?)가 바로 조지 소로스입니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마저 파산시킬 정도로 그 능력이 대단합니다. 1992년 소로스는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 가입돼 있는 파운드화가 영국 경제체력 대비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공매도를 통해 파운드를 내다 팔았죠. 소로스 공격을 받은 영란은행은 환율방어에 실패, 한 달 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ERM에서도 탈퇴했고요. 당시 소로스가 거둔 이익이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소로스는 우리에게도 ‘미운 오리’입니다. 그는 1997년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를 공격해 아시아 금융위기를 일으켰습니다.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지만, 그 여파에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죠.

이제 소로스의 ‘촉’은 위안화 절하로 향해있습니다. 지난 1일자 이투데이에 게재된 “감히 소로스를…” 월가 헤지펀드들, 중국과 통화전쟁 선포 ‘위안화 투매’가 바로 그 내용입니다.

(출처=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출처=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잃는 사람도 있겠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공매도’란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립니다. 지난 2011년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셀트리온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표적이 됐습니다. 이 세력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뜬소문을 퍼트리며 공매도 공격을 퍼부었죠. 회사 측이 무상증자, 주식배당 등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서 회장은 2013년 4월 “공매도 세력에 지쳤다. 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공매도는 ‘외국인 놀이터’입니다. 노랑머리 차입비중이 75%에 달하죠.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100전 100패. 그래서 공매도의 또 다른 이름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무덤’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주식시장에서도 통할까요? 참다 못한 개미들이 집단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주식 대여(대차)를 하지 않는 증권사에 계좌를 옮기는 ‘계좌 이관 캠페인’을 시작한 겁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항의 표시입니다.

올 들어 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는 KB투자증권으로 이관된 셀트리온 주식은 232만7000주에 달합니다. 오늘(3일) 종가 11만9900원으로 계산하면 277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죠. 1일 50여만주, 2일 80여만주 등 주식 이관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와 호텔신라, 바이로메드, 젬백스 주식을 가진 개미들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죠.

(출처=롯데엔터테인먼트)
(출처=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는 지금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춤은 추지 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담은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명대사입니다.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분)가 20조원 판돈이 걸린 도박을 마치고 뛸 듯이 좋아하는 동료들을 향해 하는 말이죠. 벤의 결단이 맞는다면 자신은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거머쥐지만 사람들은 가족, 직장 등 모든 걸 잃게 됩니다. 공매도의 폐해를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공매도는 주식의 적정 가치를 찾고, 하락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매매 도구라고요. 하지만 외국인 투자비중이 더 높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칼끝은 늘 개미를 향합니다. 십시일반 힘을 모아 노랑머리 투기세력에 대항하는 개미들. 그들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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