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최근 불법 개인정보 수집 혐의로 전세계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구글이 지난 2008년 작성한 내부문건 ‘비전 성명(Vision-Statement)’을 입수해 분석하고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 구글의 극비문건 '비전성명'
현재 구글은 ‘스트리트뷰’라는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다는 혐의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호주 독일 등의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용자의 활동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어느 정도까지 이용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기술의 진보가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는가 등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WSJ는 전했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의 ‘비전 성명’은 개인자료의 이용방법에 관한 아이디어가 담긴 것으로 2008년 마케팅 부문의 에이탄 와인버그 제품 매니저가 작성했다.
‘비전 성명’은 개념정리를 위해 작성된 ‘브레인 스토밍’의 성격이 강한 사적인 문건이어서 상부에는 보고되지도 않았고 문서 말미에는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문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설에 지나지 않았던 ‘비전 성명’은 기업윤리를 우선시했던 구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WSJ은 지적했다.
구글은 전체 인터넷 관련 사업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광고시장에서는 야후에 치이고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에서는 페이스북에 밀리면서 살길을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 구글 암운의 배경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2006년경까지 구글이 라이벌로 삼았던 것은 페이스북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광고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AOL과 야후였다.
디스플레이 광고 사업에서 구글이 고전했던 이유는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타게팅광고를 위해 이용자의 컴퓨터에 ‘쿠키’ 생성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쿠키는 인터넷 상에서 이용자의 행동을 추적해 그 사람의 기호에 맞는 광고를 표시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작은 텍스트 파일이다.
이것이 구글의 디스플레이 광고의 매출과 광고 효과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
결국 구글은 쿠키 전략 대신 디스플레이 광고 대기업인 더블클릭을 31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쿠키'를 사는데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더블클릭을 인수한 후에도 구글의 광고 수익은 여전히 AOL과 야후에 뒤졌다.
구글이 개인정보 수집에 욕심을 낸 것은 이때부터였다. 구글은 지메일 계정과 결제대행서비스인 ‘체크아웃’에서 얻을 수 있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 이를 기반으로 광고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구글은 지메일 계정 내에 메일 내용과 관련된 ‘문맥광고(contextual ads)’를 표시하고 있다. 구글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각국 당국에서 조사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은 작년 3월 타게팅광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타게팅광고는 쿠키를 사용해 구글의 광고를 판매하고 있는 100만개 이상의 사이트에 이용자가 방문할 때마다 이력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다만 쿠키의 존재에 대해 이용자가 모를 경우의 부작용을 감안해 전용 웹사이트를 마련, 거기서 이용자가 쿠키 사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구글 압박하는 시장 변화
광고사업은 구글의 최대 수익원.
그러나 온라인 광고 시장 흐름은 구글의 장점인 검색엔진에 사용된 용어와 관련된 광고를 표시하는 ‘검색연동형 광고’에서 ‘행동타게팅광고’로 바뀌고 있다.
개인의 취미나 수입, 교류상대라는 보다 구체적인 개인정보로 타깃을 좁히는 광고수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그 동안 많은 이용자와 데이터 통신량을 지닌 기업이 업계를 주도했지만 현재는 풍부한 데이터와 뛰어난 데이터 활용능력을 지닌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의 인터넷 사업 매출은 237억달러로 야후의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새로운 광고기법인 디스플레이 광고에서는 야후보다 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란 텍스트 중심의 광고가 아닌 이미지 위주의 광고를 말한다.
또 이용자가 5억명이 넘는 페이스북은 타게팅광고로 나날이 힘을 키워 구글의 수익을 위협하고 있다.
2008년 작성된 ‘비전성명’에는 SNS에 대한 기술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나 페이스북을 의식해 SNS를 개발하고 있는 구글은 이를 계기로 개인 정보 입수에 집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진보냐 윤리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원래 개인 데이터 이용 기술에는 소극적이었다.
개인 정보가 악용될 것을 우려한 배려와 독점금지법을 둘러싼 감독 당국과의 대립도 독점적인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에 나서는 것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WSJ가 구글의 전현직 사원들은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직원들은 페이지와 브린 2명의 창업자가 서서히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한 자사가 관리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WSJ에 따르면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광고거래를 처리하는 ‘청산기관(clearinghouse)’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거래가 자사의 감시망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욕심이 과하면 체하는 법, 현재 구글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