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자율화 이전 회귀…시장경제 포기하겠다는 건가

입력 2011-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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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과 다른 정유산업 '가격공개' 명분없어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유가자유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6일 발표한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 합동결과’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가장 문제 삼았던 석유가격 비대칭성의 당위성을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영업비밀인 가격공개 중심의 대책들을 쏟아낸 것은 유가자유화 이전으로 회귀하자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대칭성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보니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책만 내놓은 꼴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유가자유화 이전 회귀냐..비판 고조 =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7년 석유시장 자율화에 따라 가격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유가자유화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부의 석유사업자 가격공개 3년 연장, 정유상의 판매대상별(대리점·주유소 등)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 액화석유가스(LPG) 사업자 판매가격 공개 등은 모두 유가자유화에 어긋난다는 평가다.

가격공개는 전기·도시가스·철도 등 자연독점 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인 만큼 정유산업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할 명분도, 경제학적 이유도 없다는 것.

특히 정유업계에 가격공개 논리를 적용한다면 자동차·전자 등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지적이다.

경제연구원 한 연구원은 “석유사업자 가격은 어느 나라도 공개하지 않다. 이는 시장경제를 포기하자는 논리”라며 “전자산업애서 볼 수 있듯이 과점이라고 해서 가격이 높은 것만은 아니므로 자유롭게 진입하고, 경쟁하는 상태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대칭성 개념부터 다시 배워야 = 정부가 당초 TF를 꾸려 석유가격을 들여다 본 것은 석유가격의 비대칭성과 가격결정방식을 점검해 석유가격을 낮춘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정부의 비대칭 개념 및 가격결정방식에 대한 내용은 이윤논리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와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를 중국으로 많은 양을 수출해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국내 석유가격도 당연히 상승하게 되는데 정부는 이를 비대칭으로 규정지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업들에게 중국 등 석유의 해외 수출을 통해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음에도 국내 석유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출량을 줄여, 국내에 공급하라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장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앞장서서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를 강조하면서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기업에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실효성 없는 경쟁 촉진 대책 = 정부의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이다.

제6의 독립폴은 시장논리에 의해 진입을 하는 것이지, 정부의 인위적 논리나 희망사항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평가다.

석유수입업 활성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환경기준을 고쳐야 하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유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책임경영 성과 평가·공포와 취약계층 등유가격 인하 역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세금을 감면하거나 복지 혜택을 학대해야지 주주희생이나 다른 소비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위배된다는 것.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가자유화 후 정유산업은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 산업이 됐는데, 정부가 가격공개 등의 방법으로 투명성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꼭 투명성을 보려고 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경쟁제한성을 보고, 그마저 문제 없다면 시장에 맞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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