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비즈니스의 위기]‘불황’먹구름 낀 태양광…‘기술 부족’신바람 잃은 풍력

입력 2012-07-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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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했던 역풍

“태양광 시장이 이렇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지금은 일단 거금이 들어간 사업이니깐 ‘배수의 진’을 치고 가까스로 버티는 중입니다.” 태양광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국내 모 그룹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그린비즈니스 사업의 역풍을 맞고 있다. 2009년 녹색성장 바람이 불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그린비즈니스 분야에 진출했지만 성과가 좋지만은 않다.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돼 일부 그린비즈니스 사업은 ‘계륵’의 처지로 몰리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은 그린비즈니스 분야 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미래 사업으로 각광을 받으며 많은 대기업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현재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사업을 아예 취소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도중에 중단한 곳도 있다. 또한 사업계획까지 짜놨다가 보류한 기업도 있다.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들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태양광에 비하긴 힘들어도 풍력과 연료전지 분야 역시 성과 도출이 더딘 상황이다. 풍력은 아직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부족, 해외 수주가 힘들어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연료전지도 단가 문제로 아직까지 가정용에선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시작단계여서 가시적 성과가 늦을 순 있겠지만 성과에 집착하는 일부 대기업에선 이 같이 더딘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생각보다 더딘 대기업들의 그린비즈니스 사업. 현재 대기업들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 성과는 어떤지 알아봤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세계 태양광 시장 불황으로 최근 사업 중단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가 광주광역시에 설치한 산수배수펌프장 태양광 발전소. ⓒ한화그룹
◇“도저히 안 되겠다” 대기업, 태양광사업 중단 잇따라= 요즘 SK케미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태양광 시장의 불황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어서다. SK케미칼은 2009년 대만업체와 태양광 소재 폴리실리콘 생산을 위해 울산에 시험설비까지 구축했었지만, 지난해 말 사업을 전격 철수한 바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판단했고, 시험생산을 해보니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SK케미칼 경영진들의 판단이 들어맞은 셈이다. 현재 유럽 경제 위기와 중국 저가제품 과잉공급 등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그대로 사업을 진행했던 다른 대기업들은 현재 손실 폭이 커져 허덕이고 있는 상태다. 이에 SK케미칼 내부에선 “차라리 빨리 철수한 것이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차전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LG화학도 태양광 불황에 폴리실리콘 생산 계획을 접었다. 당초 LG화학은 연산 5000톤 규모의 고효율 폴리실리콘 공장을 지난해 착공할 계획이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사업 시기를 다시 볼 것”이라며 “여전히 연구개발은 계속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세운 대기업들은 과감하게 태양광 사업을 취소했다”면서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돈을 까먹는 태양광 사업에 밑 빠진 독처럼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CC도 폴리실리콘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말 대죽공장 가동을 멈춘 후 아직까지 재가동을 못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통한 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CC 기타사업 부문(폴리실리콘 사업)의 손실 폭은 무려 1591억원에 달했다. KCC 관계자는 “여전히 재가동 시점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성에 착공 예정이었던 잉곳·웨이퍼 공장은 아직까지 표류 중이다. 역시 태양광 불황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선 태양광 웨이퍼가 아닌 다른 사업 부분 공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KCC도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 정도다.

◇‘시장 외면’ GS퓨얼셀, 가정용 연료전지 사업 중단= 연료전지는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물로 바뀌면서 전기를 모으는 발전 시스템이다. 공해물질도 나오지 않고, 연료(수소) 확보에도 어려움이 없다.

이에 대기업들도 계열사들을 통해 연료전지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 두산중공업, GS칼텍스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선박용, 자동차용 연료전지 시장이 커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대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가정용 연료전지를 생산해오던 GS칼텍스 자회사인 GS퓨얼셀은 최근 사업을 중단했다. 높은 단가로 인해 시장의 외면을 받아서다. 지난해 GS퓨얼셀은 매출액 76억1200억원을 기록했지만, 4억6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가정용 연료전지가 비교적 단가가 높다보니 이 부분에서 외면을 받은 것 같다”면서 “경제성이 없는 만큼 올해부터는 더 이상 판매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S퓨얼셀은 올해부턴 기존에 판매된 가정용 연료전지에 대한 A/S 및 차세대 연료전지 연구개발 사업만 할 계획이다. 현재 GS퓨얼셀은 100kW급 대용량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정용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GS퓨얼셀이 뛰어들어 실패를 맛본 셈”이라면서 “아직은 포스코 등 타 기업들처럼 발전용 시장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포스코 등이 이끌고 있으며, 최근 LG그룹도 영국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풍력발전에 뛰어든 대기업 “성과는 언제쯤?”= 태양광과 함께 국내 대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풍력이다. 효성,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원천기술이 해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풍력발전 부품은 무려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뒤따르지 않아 해외수주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연산 50MW 생산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170MW 규모 풍력단지 등을 수주했다. 하지만 글로벌 풍력시장 규모가 지난해 4만500MW였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 1세대 풍력기업인 유니슨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일본 도시바로 넘어갔을 정도다.

신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 위기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어 아직까지 글로벌 풍력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하려면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실적도 부족하고, 국제 인증도 쉽지 않아 성과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풍력발전 100기 정도를 세워야 외국에서 기술력을 인정해 수주가 가능한데, 우리 기업은 아직 부족하다”면서 “유럽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안정적인 기술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풍력발전 사업의 매출 규모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 대기업들은 매출 공개를 꺼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린비즈니스 사업부문엔 태양광과 풍력이 함께 묶여 있어 개별 산출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1분기 그린비즈니스 사업부문은 49억3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그런 것”이라며 항변한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사업초반이고, 향후 해외 수출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원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초반이 아닌 사업 본격화 이후 매출 급상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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