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이강모에 젖어 있는지 , 이강모가 이범수에 젖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이강모와 이범수가 일치돼 있는 순간이다”
‘자이언트 배역 이강모에 이범수가 얼마만큼 녹아들었나’ 라는 물음에 이범수는 이같이 답했다. 배우로서 극중역할과 현재의 삶을 혼연일체시킨 그를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SBS탄현 제작세트장서 만났다.
“열여섯때부터 배우의 꿈을 품었다. 선글라스 끼고 머리에 기름 바르는 것이 일단 멋져 보였다”며 사춘기 시절을 회상했다.
“파일럿을 꿈꾸는 소년이 비행기 타는 모습이 멋있어서 파일럿을 꿈꾸는 것이지. 국토 방위에 대한 충성심이 들끓어서 비행기 타는 본인의 모습을 꿈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솔직하고 순수한 것에서 오는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선글라스와 기름...너무나 순진한 생각인 듯 하지만 나는 그 순진한 생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시나리오를 받아본 건 1월, 첫 방송은 5월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아봤을 때부터 자이언트와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그는 “흥미로운 소재였다. 격동의 시대 60-70년대 배경과 한 사나이의 욕망, 가족의 복수, 가족애 이런 소재에 대한 흥미로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강모의 매력에 대해 “이강모가 가진 선(善)은 무능력한 선이 아니라 힘이 넘치고 언제든지 실행으로 옮기 수 있지만 절제하는 선이다. 콘트롤이 가능한 선...그런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며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강모를 많이 힘들게 했던 조필연(정보석 분) 같은 악한 인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조필연이란 캐릭터 인물을 이 시대 자기 발전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조금이라도 미화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캐릭터 인물들에 대해 동정과 연민은 느낄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은 총체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존재다. 또 불완전하다”면서 “그런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는 연기를 좋아한다. 연기를 통해 그런 불완전한 존재를 표현하고 싶은 거다” 면서 연기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이범수에겐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인간적인 매력으로 편안하게 다가와 결정적인 순간에 관객 혹은 시청자들과 탁월한 소통의 능력, 그만의 페이소스를 뿜어낸다는 평에 대해 “30만원 단역서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를 공부하고 20대와 30대를 보내면서 연기 안에 진정성이 어느 새 우러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싶어서 배우가 된 거다. 얼마나 자유롭나? 어떤 역이든 연기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건데”라며 배우로서의 즐거움과 카타르시스의 매력을 풀어놓기도 했다.
그는 여러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에 이르기까지 툭탁툭탁 그의 길을 개척해왔다.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그는 무명 단역서부터 영화‘슈퍼스타 감사용’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페이소스를 어필, 그후 드라마에서도 ‘외과의사 봉달희’ , ‘온에어’ , ‘자이언트’에 이르기까지 히트 보증수표처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작 본인은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고 말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어느새 대중들이 알아준 것일 뿐이라고.
“매이드인 이범수를 좋아한다. 길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면 길이 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짜 배우’의 향기가 풍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너무나 감사드린다. 오래 오래 시청자들에게 이강모로 추억되리라 생각이 든다. 좋은 책 한권이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계속 선보이고 싶다”
한편 이범수는 오는 10일 지각 신혼여행을 떠난다. 지난 5월 미모의 국제 통역사 이윤진 씨와 웨딩마치를 울렸지만 ‘자이언트’촬영 스케줄로 인해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24일 낮 1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2010 나눔 봉사 가족 초청 오찬’에 배우로는 유일하게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