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의학 시장 뜬다] 예방 넘어 맞춤형 치료… “체외진단 시장 선점하라”

입력 2014-10-16 10:55 수정 2014-10-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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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업체ㆍ병원 경쟁 본격화

‘치료의학’ 시대에서 ‘예방의학’ 시대로 이행하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진단의학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진단의학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과 병원들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엑세스바이오·씨젠·랩지노믹스 등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의료기기 업체들은 물론, 대형병원들의 진단의학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체외진단 시장 적극 공략 = 체외진단 검사란 인체에서 유래하는 혈액·소변·감염 미생물·조직세포 등의 각종 검체에 대해 체외에서 적절한 검사·분석을 통해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예방의학, 더 나아가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분야가 바로 체외진단 시장이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엑세스바이오인코퍼레이션은 체외진단 기술을 토대로 말라리아 진단 시약과 HIV 진단용스트립(반제품) 등의 진단 제품을 개발·제조는 물론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말라리아 진단 시약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2년 기준 33.7%로 세계 1위이며, 점유율은 올해 3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말라리아 이외의 새로운 시장에 대한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6PD(적혈구 효소 결핍으로 인한 용혈성 빈혈) 진단제품 관련 논문이 지난달 통과되면서 이달 안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G6PD RDT 권고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코스닥 상장사 씨젠은 체외진단 중에서도 유전자(DNA·RNA)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분자진단’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 분자진단은 체외진단 방법 중 유일하게 조기진단이 가능하고 예방의학 및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씨젠은 약 60여개 제품을 개발, 다양한 분자진단 산업에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 라이선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씨젠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실시간 다중분석기술 기반 제품에 대한 다국적 분자진단 업체와의 인체 테스트 글로벌 B2B가 연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로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 연내 코스닥 이전 상장을 계획 중인 코넥스 상장사 랩지노믹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사가 개발한 ‘에스티디텍트칩 키트(STDetect chip kit)’에 대““해 체외진단 의약품 제조판매품목을 승인받았다. 이를 통해 전립선염·방광염·질염 등 비뇨생식기 감염 원인균 13종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성감염질환 진단용 칩키트를 상용화했다.

◇국내 대형병원, 진단의학 강화 움직임 = 최근 진단의학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형병원들도 이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의대와 삼성암연구소 MRC, 그리고 바이오인프라는 일명 ‘스마트 암검사’로 불리는 체외진단 다지표검사를 공동 개발했다. 이 기술은 김철우 서울대 병리학과 교수 겸 바이오인프라 대표를 필두로 50여명의 서울대 교수진이 참여해 10여년간 300억원의 개발비용을 들인 결과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8월 말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병원 내 소강당에서 의료기계 기술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의 의료·복지기계 분야를 비롯, 첨단생산장비·나노융합기계 분야 연구자들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및 재활의학과 교수들이 진단검사 기기와 로봇, 최첨단 치료기기, 재활 및 인공장기 등에 관해 발표와 토의를 진행했다. 양 기관은 △노인성 질환 연구와 재활기기 개발 △진단·헬스 모니터링 △재활치료용 및 수술용 로봇 개발 등 첨단 의료기기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 중 2개 과제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지난 8월 말께 밝혔다. 이 병원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료기기 개발에 관심을 갖고 가톨릭중앙의료원·의생명산업연구원·산학협력단 등과 함께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의생명산업연구원이 ‘가톨릭의대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 연구 클러스터’를 발족했고, 이어 3월엔 산학협력단을 통해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뒤로 서울성모병원은 6월에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의료기기개발센터를 설립했다.

한경자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총괄하는 ‘체외진단용 기기 특화 연구개발(R&D) 플랫폼 및 의료기기 기술개발 사업’은 5년간 약 127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중 산업적 유망성이 높은 품목에 특화된 병원을 중심으로 R&D 플랫폼을 구축, 이를 활용해 병원 수요자 기반형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전자·성균관대와 협업해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오는 2020년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난해 의공학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의공학연구센터는 미래혁신센터·임상시험센터 등과 함께 연구동에 설치됐고,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의 일부도 함께 입주했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의공학연구센터장은 “주력할 분야는 체내 이식형 의료기기·체외진단 기기·디지털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기기 등”이라며 “미래 의료기기 수요를 예측한 제품 개발로 전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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