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삼성의 투자 철학

입력 2014-11-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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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즈 대표이사 사장

스마트폰, 액정 TV, 플래시 메모리, DRAM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을 차지하는 회사다. 2013 회계연도 매출은 20조 엔(228조원)을 넘어서는 등 일본의 전기업체에 있어서 그 격차는 멀어질 뿐이다. “무엇을 해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일본 업체 간부의 말을 들었을 때, 20년 전 삼성의 거대한 모습을 상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2014년 3분기(7~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든 47조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이던 전년 동기 대비 60%나 크게 줄어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실 전년 동기를 밑도는 것은 4분기 연속이며, 핵심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부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삼성의 앞을 가로막은 거대의 적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메이커다. 삼성의 반도체 부문은 DRAM과 플래시 메모리 등이 데이터 센터와 컴퓨터용으로 공급량 확대가 계속되면서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해도 핵심인 스마트폰 부진을 메우진 못했다.

“당장 실적이 어려워도 삼성이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경기 평택시에 제1단계 투자액만 15조6000억원에 이르는 반도체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도 이 공장은 삼성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려운 시기에 이를 악물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 삼성의 진면목인 것이다. 가공할 만한 삼성이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미나미카와 아키라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미나미카와는 IT산업의 과잉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 시기에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한다. 요컨대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시황의 혼란을 우려하는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경기 기흥과 화성,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 등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어 단기간에 생산능력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필자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일시적으로 컴퓨터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탑재한 태블릿PC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DRAM이 대량으로 탑재될 것이다. 또 어느 시점에서 삼성은 타사 스마트폰의 시스템 LSI을 파운드리 수주하는 것도 늘릴지도 모른다. 이 회사에 따르면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나 로봇산업 등 신규 분야에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다고 판단, 설비 투자에서 어디까지나 선행한다는 뜻이다.

이제 삼성은 한국이라는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기업이다. 일각에 따르면 이러한 적극적 투자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 영합하는 일종의 립 서비스라는 반도체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국내 경제는 현재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삼성의 투자에 기대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은 것이다.

삼성의 대형 신공장 계획에 박수를 보내는 건 한국 사람만이 아니다. 일본의 제조장치 메이커와 재료 회사에 이 이야기를 하니 박수를 치며 이같이 말한다.

“이것으로 내년도의 우리 매출 전망도 완전히 섰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설비 투자는 30개사를 합쳐도 올해는 5000억 엔도 안 된다. 기댈 것은 역시 삼성. 서울을 향해 깊이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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