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인생2막] 100세 시대, 1人1技가 필수

입력 2014-11-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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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회사를 퇴직하고 공방을 차려서 공방 카페까지 만든 분이 있다. 퇴직 후에 친구들이 뭐 하냐고 놀릴 때 꾸준히 공방 일을 배워 실력이 수준급에 이른다. 동네 주민들이 카페에 들르면 자녀 진로상담도 해주고 공예품도 팔면서 생활한다. 목수일을 하다 보니 몸이 건장해지고 또 나무를 구하러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산천 구경도 하고 돈도 번다. 이런 게 꿩 먹고 알 먹기다.

장수사회에서는 이처럼 기술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여차해서 금전 문제가 생길 때 기술은 생존을 가능케 한다. 과거 우리 어머님들은 삯바느질로 가족을 먹여살리기도 했다. 그리고 연금을 받더라도 기술을 통해 번 돈을 보태면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다. 이를 ‘연금 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이라 한다. 기술이란 이처럼 사소한 듯하지만 중요하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일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예를 들어 이자로 월 200만원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금융자산의 규모는 금리가 5%일 때 4억8000만원이지만 금리가 2%가 되면 12억원으로 껑충 뛴다. 월 200만원을 버는 사람은 12억원의 자산을 예치해 놓고 금리로 살아가는 사람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기술의 가치는 올라간다.

혹자는 퇴직 후 소자본 창업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돈을 투자해 가게부터 차리고 본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50대 이상의 비중이 55%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기술보다는 소자본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실패율이 높아 3년 이내에 폐업할 확률이 47%에 이른다. 실패할 경우 투자비용을 잃는 것은 물론 부채까지 떠안다 보니 노후생활이 불안정해진다. 악순환을 걷게 되는 길이다.

우리나라 퇴직자들은 자영업의 개념을 소자본 창업보다는 기술 창업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술은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분야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면 된다. 향후 베이비부머들이 지속적으로 정년을 맞이하면서 자영업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레드오션(red ocean)이 되고, 단순히 자본에 의존한 창업은 심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기술을 익혀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 통영에 있는 칠기공방은 기본 공부를 하는 데만 2년이 걸린다고 한다.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10년 정도 후에 전문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술은 익히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익히고 나면 기간이 길수록 투자수익도 많아진다. 저축을 통해 쌓아 놓은 자본을 창업을 한다고 임대료나 인건비에 써버리기보다는 기술을 익히는 데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은 과다투자이고 평생교육은 과소투자를 보이는 등 양자 간 불균형이 심하다. 대학교육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지만 직업능력개발 참여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성인의 평생학습 참가율 역시 30% 수준으로 OECD 평균 40%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행태를 바꾸어야 한다. 퇴직자 교육도 퇴직 임박해서가 아니라 그 전부터 평생계획을 교육해야 한다. 내가 잘하는 기술을 일찍부터 발견하면 더욱 좋다.

기술의 문은 들어가기는 어려우나 들어가고 나면 넓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100세 시대에 1人 1技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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