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마왕’ 신해철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죽음

입력 2014-11-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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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온라인뉴스부 뉴스팀장

‘마왕’ 신해철씨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대한민국이 연일 술렁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석연치 않은 죽음 때문에 그의 음악과 함께 청춘을 보낸 이 시대의 모든 신해철들이 비탄에 빠졌다.

그의 사인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를 시사하는 기록과 증언, 정황들은 모두 나왔다. 그러나 국민적인 진실 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이는 아직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09년 6월 25일, 만우절의 실없는 농담처럼 전해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잭슨의 사망 소식은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지면서 ‘마이클 잭슨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 차트에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잭슨이 사망한 주간에 그의 3개 앨범 ‘Number Ones’, ‘The Essential Michael Jackson’, ‘Thriller’는 각각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 전주까지만 해도 잭슨의 앨범 판매고는 전부 합쳐도 1만장 남짓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이클 잭슨 신드롬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위의 3개 앨범은 그가 사망한 당일 3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인터넷 업계도 몸살을 앓았다. 검색엔진 구글은 잭슨의 부음을 검색하려는 전세계 네티즌의 동시다발적인 접속으로 검색 결과 오류 상태가 상당 시간 지속됐고, 미니 블로그인 트위터 역시 ‘마이클 잭슨’이라는 단어가 6만6500회 이상 게재된 후 먹통이 됐다. 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트위터에서는 시간당 10만회 이상 잭슨의 이름이 거론됐다.

또한 영국 BBC의 트래픽은 평상시보다 72%나 폭증하는 등 모든 인터넷 뉴스의 로딩 속도가 평소의 2분의 1로 떨어지고 포털 사이트들의 반응 속도도 느려졌다. 그때까지 그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까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로운 팬이 됐다. 팝의 황제의 죽음은 지역과 문화, 세대간의 장벽을 허문 세기의 사건이었다.

이런 파급력을 가진 팝의 황제의 죽음이 하마터면 의문사로 남을 뻔했다. 워낙 오랫동안 성형 수술·약물 중독설에 휩싸인데다 당시 복귀 공연 준비로 심신이 미약해졌기 때문에 심장마비의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유족의 강력한 진실 규명 의지로 몇 차례의 부검이 이뤄졌고 사인은 프로포폴 과다 투여에 의한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모든 시선이 잭슨의 상태를 이 지경까지 방치한 주치의인 콘래드 머레이에 쏟아졌다.

결국 2년 반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머레이는 과실치사로 유죄 판결을 받고, 이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하면서 머레이에게 ‘무모한 의사’,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자’라는 비판도 더했다. 머레이는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라 2011년부터 2년간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석방돼 현재 보호관찰 대상자로서 당국의 관리를 받는 신세다.

잭슨의 죽음이 끝까지 의문사로 남았다면, 마땅히 책임 소홀의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이 가려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매년 돌아오는 잭슨의 기일에 팬들은 그를 추모하면서 동시에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을 곱씹으며 씁쓸하게 보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잭슨의 사인과 책임자의 중대 과실이 명백히 밝혀진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신해철씨의 사례는 한국판 마이클 잭슨 사망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법정으로 가기 직전 단계의 의료분쟁은 작년 한해만 3만6000건. 이 가운데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승소한 경우는 1심 판결을 기준으로 전체의 1%에도 못미친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기나긴 법정 공방으로 갈 것인지, 신해철씨의 사례가 승소한 1%에 속할 것인지 기대에 찬 시선이 적지 않다. 진실이 가려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세상을 떠난 지 9일 만에 화장돼 경기도 모처에 안치된 신해철. 고인과 함께 1990년대를 보낸 많은 3040세대들은 오늘도 마왕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죽음과 함께 뜯겨져 나간 청춘의 한 페이지를 아쉬워한다. 그리고 작별할 채비를 한다. 안녕 우리의 마왕, 안녕 내 청춘의 한 페이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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