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언대] 선진시민의식의 조건

입력 2014-11-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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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윤 고려대 정경학부, 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14기

한국은 선진국일까. 경제성장 측면에서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속 성장으로 거의 선진국 반열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고속 성장 때문인지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아직 선진국과는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 정의와 시민의식을 나타내는 사회자본 점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최소 15포인트 낮았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국민의 선진화된 시민의식이 기초하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하드웨어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기계인 셈이다. 그간 선진화 방향은 경제성장에 치우쳐 왔지만 이제는 시민의식의 선진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선진 시민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할 것은 무엇일까.

‘기본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바로 ‘정직’, ‘배려’, ‘준법’이라는 기본 소양을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민의식이 싹틀 수 있다. 선진 시민의식을 위해 해외 봉사활동, 홍보활동 등 거창한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어릴 때 배운 기본 덕목이 첫걸음이다.

왜 정직해야 할까. 정직은 현재 한국이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열쇠다. 사회가 정직하지 못해 불신이 만연하다. 신뢰가 없으니 타인과 협력하지 않고 타인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한다. 정직이 바탕이 되면 신뢰가 형성되고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으며 이는 협력으로 이어진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기업 간 불신, 국민 간 신뢰 상실 등을 통해 많은 손실을 감당해야만 했던 한국 사회에 정직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은 배려의 실천이다.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온 한국은 그 위상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 외국인에 대한 배려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장애인에게 더 좋은 복지를, 외국인들에게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이전에 진심으로 그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 사이에도 서로를 위한 친절한 배려를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배려는 기본 덕목이다. 배려 없는 세상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을 수는 없다. 선진국의 삶의 질이 높은 것은 배려와 같은 보이지 않는 친절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준법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법치국가로서의 위상이 바로서야 한다. 법이 있어도 지키는 국민이 없으면 질서 자체가 무너진다. 대표적 선진국 독일은 투철한 준법정신으로 유명하다. 교통 신호를 잘 지키고 줄을 잘 서며 휴지 하나 함부로 버리지 않는 질서 있는 민족이 바로 독일이다. 준법의식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법치국가가 존립할 수 있고 선진화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선진화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인 선진 시민의식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덕목이다. 이른바 스펙 쌓기와 학업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가끔씩 뒤를 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당연하게 여겼지만 소홀했던 ‘정직’, ‘배려’, ‘준법’을 실천할 수 있는 국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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