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차명거래금지법 시행, 조세정의 위한 21년 만의 쾌거

입력 2014-11-12 10:26 수정 2014-11-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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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국회의원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1993년 8월 12일. 이날은 김영삼 대통령의 긴급명령 방식을 통해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날이다. 매우 역사적인 조치였다. 이후 금융실명제법은 정치자금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의 영역에 스며들어 범죄 자금의 차단, 투명한 정치자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우리사회가 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는 데 이바지했다.

그러나 1993년 시행된 금융실명제법은 ‘반쪽짜리’ 실명제에 불과했다. 당시 금융실명제는 비실명(非實名)만을 규제했다. 여기서 실명(實名)이 아닌 것은 허명(虛名)과 가명(假名)이다. 허명과 가명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이름에 해당한다. 문제는 ‘합의 차명(借名)’의 경우이다. 차명은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이다. 즉 차명은 분명 실명의 일종이지만, 자기 이름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범죄에 활용되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차명거래는 범죄의 주요 통로가 된다. 전두환, 노태우, 삼성 이건희 비자금, 신한은행의 라응찬 회장, CJ 이재현 회장, 효성 조석래 회장. 재벌 총수들과 정치인들의 비자금 사건에 언제나 함께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차명계좌’였다.

차명계좌와 차명거래가 범죄의 온상으로 활용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병두 의원실이 2013년에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저축은행 불법대출의 87.4%가 차명계좌를 활용했고 주가조작 등의 주식불공정 행위 중에서 61.87%가 차명계좌를 활용했다. 합의 차명을 허용하고 있는 금융실명제법은 사실상 차명거래촉진법 혹은 금융범죄조장법의 역할을 한 셈이다.

2014년 11월 29일. 이 날은 차명거래금지법이 시행되는 날이다. 이 날은 반쪽짜리 금융실명제법이 온전하게 완성되는 날로 볼 수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불법목적의 차명’은 앞으로 원천 금지된다. 그동안은 차명거래가 발각될 경우 세금만 추징당했지만 앞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더군다나 처벌 대상은 실소유자, 명의자, 금융기관 임직원 모두가 해당될 수 있다. 차명 재산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것으로 추정된다. 실소유자가 돈을 되찾으려면 재판을 통해 자신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불법목적의 차명을 할 경우, 돈을 뺏기거나 5년 이하의 징역을 각오하거나 양자택일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요즘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든다는 것은 저(低)부담-저(低)복지의 상태를 적정부담-적정복지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전제조건 중 하나는 ‘조세정의’이다. 2014년 11월 28일, 차명거래금지법의 시행은 조세정의를 위한 21년만의 쾌거이다. 그리고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한 사람의 한 명으로서 매우 뿌듯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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