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왜 성희롱 무법지대인가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1-1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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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종사원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프장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전국 500개가 넘는 골프장은 대부분 내장객 유치와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 높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즘은 주 고객이던 베이비부머(46년~65년 출생자)의 은퇴와 젊은 세대의 골프 기피가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골프장을 한숨짓게 한다.

하지만 골프장의 근심은 매출 때문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골프장 내 성희롱 사건은 골프장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싹트게 하는 원인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 9월 강원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담당 캐디 A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박 전 의장은 논란이 일자 “손녀 같고 딸 같아서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직 검찰총장은 골프장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역시 가족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있었다.

사실 골프장의 성희롱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수년전 전국 골프장의 성희롱 실태를 조사하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받기가 겁난다”라는 한 골프장 여종사원의 말을 들은 일이 있다. 그는 골프장을 찾은 한 고객으로부터 휴대전화 메시지와 음성통화를 통해 성희롱을 당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문제는 골프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여종사원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한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프런트 여직원에게 반말은 기본,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욕설로 물의를 일으키는 내장객도 있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는 홀 서빙을 하는 여직원을 상대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 일까지 일어난단다.

하지만 오랜 불황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골프장은 여직원들의 성희롱 문제를 놓고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고객들의 비위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왜 골프장일까. 골프장에만 가면 권위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스포츠로 출발한 만큼 사회적 강자라는 우쭐한 기분 때문이다. 위 사건도 전부 그런 맥락에서 일어났다. 평소 점잖던 사람도 골프장 담당 캐디에겐 어렵지 않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국내 골프산업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거대 시장이다. 골프 실력도 세계 정상권이다. 1988년 고(故) 구옥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시작으로 박세리와 김미현, 박지은이 세계 무대를 호령했고, 지금은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등 ‘세리키즈’가 더욱 강력한 기량으로 LPGA투어를 휩쓸고 있다. 특히 골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 또 하나의 효자 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골프 강국 한국엔 누구도 허물지 못한 커다란 장벽이 있다. 골프에 대한 오랜 편견으로 쌓인 장벽이다. 골프장 내 성희롱은 그 장벽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이다. 대외적으론 골프 강국을 자부하지만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커다란 장벽을 사이에 두고 골퍼와 비골퍼의 이해관계도 대립한다. 커다란 장벽 뒤엔 여전히 성희롱으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의 눈물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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