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을 위한 제언 [이꽃들의 36.5℃]

입력 2014-11-17 08:08 수정 2014-11-1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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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10월 3일 JTBC '마녀사냥' 방송분(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최근 고용노동부의 채용정보 홈페이지인 워크넷이 제공한 면접 정보가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바로 여성 구직자에게 만일 성희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받아칠 여유도 필요하다’는 괴상한 면접 모범 답안을 제시된 것이다.

결국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해당 항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군 성희롱, 은행 성희롱, 골프장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 우리 사회는 안전 불감증뿐 아니라, 성희롱 불감증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야봐야 할 때다.

여기에는 권력관계가 작용하는 장소와 환경에서 성희롱 당사자가 무력하게 피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도사리고 있다. 미디어 속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쿨하다’는 얼굴을 한 性 발언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향하는 가운데,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 JTBC 예능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하의실종 의상을 입은 여성 출연자에게 모델 워킹을 제안한다. 당사자는 굳이 싫다고 거절한다. 그럼에도 이를 부추기는 남성 출연자와 환호하는 주변 분위기 속에 마지못한 얼굴로 MC 테이블까지 걸어 나온다. 9월 26일 방송분에서 곽정은 섹스 칼럼니스트가 행한 에피소드다.

스스로 싫은 기색을 표현했음에도 테이블 위를 올라서야만 했던 밑바탕엔 무엇이 있었나. 해당 프로그램에는 연예인 등 출연자가 제작진과 권력관계에 놓인 점, 출연자와 프로그램 분위기 속 ‘직설적인 것이 쿨한 것’이라는 전제가 은연 중에 깔려 있다.

‘마녀사냥’ 등 각종 이성관, 교제 사연 등을 발언해온 프로그램으로 인해 미디어 속 性 발언이 보다 거리낌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직설적인 욕망의 표출이 아름답기만 한 시대 또한 갔다.

대중문화와 미디어 속 솔직한 욕망의 표현이 충격을 안기고, 사회에 파급력을 가진 것은 1995년 박진영이 ‘엘리베이터 안에서’를 선보이거나 무대의상으로 비닐옷을 입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십여 년이 흘렀다. 단순히 직설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것만이 미디어와 방송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여대생, 군인 등 일반인도 ‘마녀사냥’에 나와 길거리 한복판에서 자신의 연애고민을 털어놓는 우리 사회가 됐다. 프로그램의 미래 방향에 신발끈을 고쳐 맬 때다. 최소한 성 고정관념을 반복하거나 기존의 성 역할을 답습하지 말고, 쿨한 이야깃거리를 추구하는 가운데에서도 성 담론이 깊게 베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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