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억만장자 마윈의 ‘엄살’과 ‘품격’

입력 2014-11-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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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팀 기자

“중국 최고 부자라는 게 오히려 불행한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홀딩의 마윈 회장의 ‘엄살’이 화제가 됐다. 중국 최고 갑부가 되면서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억’ 소리 날 정도로 돈이 많아서 불행하다는 억만장자의 하소연은 전 세계의 공분(?)을 살 법도 했지만 그의 ‘품격있는’ 엄살은 세계인의 지지를 얻었다.

마 회장은 중국 최고 갑부인 동시에 세계 20위 부자다. 18일 기준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297억 달러(약 32조원)다. 그는 눈덩이처럼 쌓인 돈의 무게가 요즘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고백했다. 마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부자라서 좋겠다는 말을 하지만 중국 최고 부자라는 수식어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갑부 불행론’을 늘어놓던 마 회장은 돌연 ‘기부왕’ 타이틀을 놓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자로서의 고통과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 번 돈으로 사회 환원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 갑부의 ‘엄살’과 ‘기부왕 도전’ 선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서구권과 달리 중국은 물론 아시아권은 기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전 세계 기부왕 순위에서 아시아 인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마 회장이 올해 145억 위안(약 2조5000억원)을 기부, 중화권에서 가장 ‘통 큰’ 기부자에 등극한 것을 감안한다면 머지않아 세계 기부왕 순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자의 품격은 돈을 많이 버는 데서 오지 않는다. 진짜 부자는 자신이 번 돈을 ‘잘’ 쓸 줄 안다. 우리나라 자산가 대부분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가운데 마 회장의 기부경쟁 선언은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마 회장은 말한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그의 엄살에서 품격이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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