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진아가 어느 별에서 왔냐고?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11-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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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황홀경에 갔다 온 것 같다. 어느 별에서 왔느냐. 속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끝나서 너무 아쉽다. (이진아는) 아티스트다. 심사 받을 단계가 아니다. 합격 버튼 누르기조차 미안하다.”극단의 찬사로 수놓아진 박진영의 심사평이다. 유희열도 못지않다. “내가 꿈꿔온 여자 뮤지션의 실체를 여기서 봤다.”양현석은 또 다른 시선에서 칭찬 한다.“인디뮤지션이 메이저로 성공하는 데 (이진아가)리드할 수 있겠다.”극찬의 연속이다.

이 찬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23일 방송된‘K팝스타4’참가자 이진아다. 그녀는 자작곡‘시간아 천천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이진아를 동료 가수조차 모른 무명가수에서 뜨거운 화제인물로 단번에 부상한 것은 색다른 음색, 신선한 음악, 탄탄한 연주가 한몫했다. 하지만 결정적 원인은 따로 있다. 더는 형용할 수 없는 언어로 수식된 극찬의 심사평이다.

찬사 일색의 심사평은 이진아를 ‘K팝 스타4’출연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시켰다. 심사위원들의 찬사는 그녀와 그녀의 음악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출연 직후 무명의 인디뮤지션 이진아는 효린 김범수 등 수많은 스타 가수들의 음악을 제치고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포털검색 1위도 독식했다. 이진아는 자고 나니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단 5분여의 방송 출연만으로 톱스타를 압도하는 인지도를 얻은 것이다. 놀라운 기적이다.

이 기적을 연출한 주역, 박진영의 “어느 별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왜 지난 2010년 11월 서울 반 지하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인디 음악인의 모습이 떠오를까. 그의 이름은 이진원.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로 알려진 이진원은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등 제법 알려진 노래들이 있었지만 연 수입은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은 고단한 현실을 살았다. 대다수 인디 뮤지션처럼 그 역시 심한 생활고를 겪다 뇌출혈로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음악적 열정을 피우지 못한 채 숨졌다. 인디 음악을 하는 가수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서글픈 사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의 지적처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인디 음악의 어려움을 수면으로 올리면서 그 음악이 실제로 얼마나 잠재력이 높은가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진아 역시 홍대 등에서 활동하는 무명 인디 뮤지션이다. 그녀는 음반을 냈지만 50장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클릭건수 100만건을 단숨에 돌파한 이진아의 공연 동영상은 방송 직전에는 고작 234건에 불과했다. 이진아는 2011년부터 싱어송라이터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지만, 대다수 대중은 그녀의 이름조차 몰랐다. ‘K팝스타’박진영 유희열 양현석 조차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 가수로서의 존재감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홍대를 중심으로 인디 밴드와 음악인들이 결집해 한국 인디음악의 장을 연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연예기획사 중심의 대중음악계와 다른 색깔로 대중음악 다양성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인디 음악이다. 개성과 독자적 표현, 실험성과 독창성으로 무장한 다양한 인디 음악은 주류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음악의 질적인 진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주류와 차별화 혹은 대항하는 새로운 음악, 시대와 트렌드를 이끄는 음악,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며 성과물을 내고 있다.

하지만 감내하기 힘든 열악한 상황은 인디 뮤지션의 열정을 잠식해버리고 있다. 먹고 사는 원초적 생존문제 앞에 자신들의 존재기반인 음악을 포기하고 홍대를 떠나는 인디뮤지션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디뮤지션의 월 평균 고정수입이 69만원이고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0만3403원에도 턱없이 못 자라는 월소득 50만원 이하 인디뮤지션도 38%나 된다.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221명의 인디뮤지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뮤지션 생활환경 실태조사 결과다. 인디뮤지션의 적나라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인디뮤지션 이진아가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척박한 인디음악계라는 별에서 왔노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이진아에 대한 극찬 못지않게 그녀가 딛고 있던 인디음악계의 척박한 현실에 관심을 보냈으면 한다. 그것이 제2의 이진아가 배출되고, 제2의 이진원이 나오지 않는 길이기에. 그리고 인디음악, 더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의 진화를 담보하는 방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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