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계, 넥타이들의 반란… 희망퇴직 압박에 '사무직 노조' 속속 설립

입력 2015-01-27 10:36 수정 2015-01-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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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업황 악화로 사무직 먼저 줄여, 직원 반발 커

“제가 차장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졸업하고 들어와 관리직에서 19년을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나가라니….”

중공업계의 과장급 이상 사무직이 회사의 희망퇴직 실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년 안팎의 기간 동안 회사에서 일한 대가가 구조조정 일순위로 돌아온 탓이다.

현대중공업의 과장급 이상 사무직은 26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노조를 설립하면서 상급 단체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택했다. 1987년 현대중공업 노조가 설립된 이후 사내에 복수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 사무직의 노조 설립은 과장급 이상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촉발시켰다. 사측은 “희망자로 한정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상 직원들은 “사실상 정리해고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설 노조에는 27일 현재 수백명의 사무직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의 노조 설립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조만간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얘기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부서의 책임자가 일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의사를 묻고 있다”며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나가줬으면 하는 것’ 아니겠나”고 털어놨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앞서 지난해 12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는 당초 52세 이상 사무직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200명의 퇴직자 중에는 30~40대의 젊은 사원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직원의 반발이 더 컸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두산그룹의 희망퇴직 실시가 확산되면서 사무직의 연대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과장급 사무직 직원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으로 진행되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사무직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은 회사가 어려울 때 구조조정 우선순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은 노조라는 구심점이 미약한 상황이다.

강신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내 조선업체의 공동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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