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ㆍ눈치작전 다 동원한 ‘10원 전쟁’… 하룻 동안 대형마트엔 어떤 일이

입력 2015-03-13 10:06 수정 2015-03-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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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發 신선식품 가격전쟁 점입가경

▲12일 오전 이마트가 한우 1등급 등심(100g)을 홈플러스의 4320원보다 낮은 4300원에 판매하자 홈플러스가 이날 오후 4290원으로 다시 가격을 내렸다.
11일 오후 홈플러스 본사 마케팅팀 직원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분주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될 신선식품의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앞두고 경쟁사의 가격 정보를 사전에 확보해야 했기 때문. 도성환 사장이 ‘한 해 이익 1000억원을 손해보더라도 500개 품목을 연중 10~30% 할인하겠다’고 공언한 첫 날부터 경쟁사에게 밀릴 수는 없었다.

홈플러스는 타사 가격정보를 캐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13일 부터 판매될 경쟁사의 할인 정보가 담긴 광고 전단지를 입수하기 위해 신문사 문을 두드렸고, 평소 친분이 있는 인쇄소 직원들에게도 밤새 전화를 돌렸다.

12일 전 점포에 비치될 전단지 인쇄가 끝난 후에도 첩보전은 이어졌다. 홈플러스는 11일까지 1만5555원이던 딸기(1.4㎏)를 1만원에 판매하기로 했다가 이마트가 1.7㎏을 1만900원에 내놓자 이날 밤 늦게 가격을 다시 8800원으로 낮췄다. 갈치(대)도 6900원에서 4480원으로 깎았다가 이마트의 판매가(3950원)가 나오자 곧바로 3800원으로 낮췄다. 시간상 인쇄를 다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일부 점포는 직원들을 총동원해 수정된 가격 위에 더 낮춘 가격이 기입된 스티커를 하나하나 덧붙였다.

시간에 쫒겨 스티커 작업도 불가능한 점포에서는 홍보 전단은 포기한 채 매장에 비치된 POP(Point Of Purchase) 가격표 수정에 매달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별로 POP작업 담당 직원들이 수시로 가격표를 수정하기 위해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며 “본사에서도 실시간으로 가격표 수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상황은 12일 오후에도 이어졌다. 이마트가 한우 1등급 등심(100g)을 홈플러스의 4320원보다 낮은 4300원에 판매하자, 홈플러스도 4290원으로 다시 가격을 내렸고, 청포도 가격도 이마트가 100g에 573.5원에 팔기 시작하자 홈플러스는 100g당 546원으로 추가 인하했다.

흡사 첩보전을 방불케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 홈플러스 직원들은 경쟁사 매장에 나가 상주하며 가격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본사에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에만 가격표가 두번이나 바뀔 정도로 10원 단위의 가격전쟁은 이어졌다.

각 사 대형마트 POP에는 경쟁사를 의식한 원색적인 문구가 난무했다. 이마트 구로점에서는 ‘홈플러스 전단 가격보다 싸게 드립니다’라며 딸기 가격을 100g 단위로 환산해 비교했다. 홈플러스도 실시간 가격 인하를 알리기 위해 기존 가격 위에 두 줄을 긋고 새로 책정된 가격이 적힌 POP를 계속 갈아끼웠다.

업체 간 설전(舌戰)도 이어졌다. 홈플러스가 “500여개 제품의 목록과 인하폭을 공개하지 않은 건 다른 업체들이 덩달아 인하에 나서면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하자, 경쟁사들은 “예년의 창립행사 수준의 할인행사”라며 “제품에 따라 우리가 더 싸다”면서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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