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합병 반대… 분주해진 삼성, 2주 내 해결과제 산적

입력 2015-07-03 20:58 수정 2015-07-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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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암초를 만났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ISS의 판단은 미국 의결권 자문회사 글래스루이스의 합병 반대에 더한 것이어서 삼성으로서는 합병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 ISS 판단 따를까= 미국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는 소식이 2일 전해졌다. 글래스루이스는 ISS와 함께 의결권 자문업 분야 2위 업체다. 여기에 의결권 분야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ISS마저 3일 합병 반대를 권고하면서 삼성은 합병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됐다.

삼성물산 측은 “ISS의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다”며 “정당하고 적법하게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1일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판결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ISS의 판단은 우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성패를 쥔 국민연금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벌처펀드에 불과한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합병에 찬성하리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SK그룹 사례에서 보듯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앞서 SK㈜와 SK C&C의 합병 주총에서 주주 가치의 훼손 우려 등의 이유를 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ISS의 반대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려던 삼성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삼성물산은 최근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합병 찬성에 동참해달라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의 청사진을 설명하는 자료와 함께 의결권 위임장, 반송 봉투 등을 담은 우편을 발송했다. 기관이나 법인이 아닌 소액주주에게까지 전화나 서류 등을 보내 합병 찬성을 독려하는 등 기존 관행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그 만큼 삼성 측이 합병에 명운을 걸었다는 방증으로, 재계는 합병 성공을 위해 삼성이 전면 압박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엘리엇, 우호세력 결집 탄력받나= ISS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의 우호세력 결집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 금지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려 침체된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달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하려면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동안 주주의 참석률을 70%로 볼 때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 측의 우호지분은 동일인 지분 13.99%에 KCC 지분 5.96%를 더한 19.95%로 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7.12%의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은 23%의 지분만 확보하면 합병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물산 지분 11.11%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의 합병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ISS가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주총 표 대결을 통해 합병 무산을 노리던 엘리엇의 시나리오에 희소식이 되리란 평가다. 현재 엘리엇의 우호 지분은 엘리엇 7.12%를 비롯해 일성신약과 네덜란드 연기금,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 지분을 더한 11.78%로 추정된다.

합병 부결을 위한 지분 23%까지 12%가량의 우호 세력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ISS의 반대는 엘리엇의 계획에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아직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 판결을 내리지 않는 법원도 ISS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재계는 엘리엇이 주총에서 표 대결에 이기더라도 각종 법적 분쟁을 병행하는 한편,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엘리엇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임시 주총이라는 방법으로라도 삼성물산 이사진을 신선한 시각을 가진, 독립적이고 경륜이 있는 인재로 교체하는 것 같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합병안을 부결시키는 데 성공하면 그 여세를 몰아 추가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이사진 교체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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