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냉장고의 핵심 제작기술이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에 넘어갈 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종범)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사 김모 대표(45)와 같은 회사의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 임모 부장(54)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와 임 부장은 지난해 일명 '전지현 냉장고'로 잘 알려진 삼성전자 프리미엄 냉장고 'T9000'의 철판인쇄공법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사에 전달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올해 4월에도 같은 냉장고 도면이 포함된 문서를 만들어 바깥으로 빼돌리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T9000 냉장고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며, 900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용량의 냉장고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앞세워 지난 5월부터 중국 전역에 판매가 시작됐다.
검찰은 냉장고 공장의 투자비 현황이 담긴 문서 파일을 e메일로 보낸 삼성전자 김모 전 부장 등 이들에게 협조한 전·현직 직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기술유출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2011년 152명, 2012년 137명, 2013년 148명이다. 평균 2.5일당 1명이 기술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이 중 실형이 선고돼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례는 총 437명 중 4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처벌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가 증가한 반면, 유출된 기술이 비밀이 맞는지, 피의자에게 범죄의사가 있었는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가 실제 얼마인지 등을 법정에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문제로 보안에 취약할 수 있지만, 기술유출이 될 경우 리스크를 생각해 과감히 보안솔루션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