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의 노크] ‘왕자의 난’ 롯데, ‘1000년 역사’ 글로벌 기업 되길

입력 2015-07-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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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사이 한국과 일본 재계가 들썩였습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에 휩쓸려 총괄회장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껌 하나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신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두 나라에 적잖은 파문을 몰고 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고작 ‘67살(1948년 일본 창업 기준)’에 불과한 롯데가 이런 혼란을 겪는다고 하니, 어째 씁쓸합니다.

롯데그룹은 2대째 운영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투데이 2013. 1. 7일자 ‘[신재계 혼맥]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형제들 통해 KCC·한진·동부 등 굴지그룹과 인연’ 참고)

세계적으로 가족경영 형태로 유지되온 명예로운 기업들은 참 많습니다. 몇 군데만 꼽아볼까요. 718년에 개장해 46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호시료칸’ 호텔, 지금은 다카마쓰건설이 경영하고 있지만 578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곤고가문이 경영했던 건설회사 ‘곤고구미’. 재미있게도 두 곳 모두 일본기업입니다.

바다 건너 이탈리아로 가면 와인 명가 ‘안티노리’도 1385년부터 대를 이어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526년부터 15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무기업체 ‘피에트로베레타’도 있습니다.

가족경영에 대한 전문가들은 평가는 엇갈립니다. 능력 중심이 아닌 혈연관계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 시스템 등으로 기업의 발전에 제약된다는 등 여러 가지 단점이 지적되곤 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 기업의 90%가 가족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통계를 접하면 가족경영의 이점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경영기업은 선천적으로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 최적화된 구조였다고 설명되곤 합니다. 기업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와 충성이 혈육이라는 끈끈한 관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러한 성격 탓에 자본주의 초기 가족경영기업들은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도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친척을 보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경영기업은 유물로 치부하는 문화가 분위기가 조성됐죠. ‘주식회사’ 개념이 도입되면서 기업이 주주 소유 형태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스타트업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가족경영기업은 퇴물로 취급받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역사를 갖춘 기업들이 오히려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꼭 그렇다고 볼 수 없습니다. 보스팅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33%가 가족기업이고 프랑스와 독일은 가족 기업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아그넬리 가문은 이탈리아 주식시장의 10.4% 규모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으로 열릴 일본 롯데 주주총회가 ‘왕자의 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동생(신동빈 회장)이 이길 지 형(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길 지는 지켜봐야겠죠.

기업 구조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기업경영의 방향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좌우명이 ‘겉치레를 삼가하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거화취실’이었다고 하죠. 롯데 역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에 손꼽히는 만큼 경영이념을 지켜가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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