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망신주기식 국감 ‘갑질’은 이제 그만

입력 2015-09-01 10:56 수정 2015-09-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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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산업국장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다.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고 민의를 바탕으로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국회의 고유 기능이다. 잘못된 정책을 되돌아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해 하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법은 국감의 조사 대상을 국가기관과 지자체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역시 국감이 필요 없이 과도하게 많은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업인을 타깃으로 하는 국감의 ‘갑질’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할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과 해외계열사 지분 문제 등과 관련한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직원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던 이마트의 이갑수 대표, 가맹점주와 잡음이 일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과 남양유업의 김웅 대표의 출석 여부를 놓고 벌써 논쟁이 한창이다. 메르스 사태 확산의 진원지가 됐던 삼성서울병원, ‘땅콩회항’ 사건이 있었던 대한항공도 각각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 비리, 4대강 입찰담합, 국정원 해킹 의혹, 롯데홈쇼핑 재승인, 중앙대 특혜 등과 관련된 기업들도 국감에 불러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증인 채택이 국감 시작 1주일 전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정확한 명단은 3일 확정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예년의 행태로 보아 올해도 국감에 불려 나갈 기업인 수는 100명이 넘어설 전망이다.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의 출석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감이 ‘보여주기식 국감’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원칙이나 기준 없이 기업을 윽박지르는 수단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 증인이나 참고인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인을 불러들이는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상당수는 정부 정책이 아닌 기업 활동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다. 또 잘못된 행동이나 경영에 대해 이미 사과하고, 앞으로 투명하고 올바른 경영을 약속한 경우가 태반이다.

조양호 회장, 신동빈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 굵직한 사회 문제를 일으켰던 총수들은 벌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런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세워놓고 정부정책의 허점과 부재를 질타하는 게 국감 본연의 임무인지 의문이다.

국감을 벌이는 데 기업인의 증언이 필요하다면 이에 앞서 소관 정부 부처의 관리 감독부터 따지는 게 순서다. 전 국민이 TV 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기업 총수들을 불러 놓고 근거 없이 호통만 치는 것은 천박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국정감사가 정책감사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재계의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한다.

오히려 기업인을 앞에 놓고 큰소리부터 치는 게 혹 언론에 이름 한 줄 내기 위한 꼼수는 아닌지, ‘현대판 음서제’의 사전 포석은 아닌지, 지역구 표 관리용 행사의 협찬이나 후원을 끌어내려는 압력은 아닌지 우리 국민이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총수나 CEO가 국감에 불려 들어가는 기업의 피해도 막대하다. 이런 기업의 경우 국감 준비 때문에 모든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하고, 해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 회복에 나서야 할 시점에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꼭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증언이 필요하다면 기업인도 그 자리를 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인과 국회의원 간 심도 있고, 건설적인 질의와 의견교환을 통해 국가 경제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자리가 돼야 한다.

여야가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는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은 지양하겠다”는 약속이 올해에는 꼭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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