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6차 산업과 누룽지탕

입력 2015-10-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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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최근 농업의 6차 산업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과거 농업은 농작물 생산 중심의 1차 산업이었으나 최근에는 2차, 3차 산업이 융복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6차 산업에 대한 비난도 많다. 개념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1차 생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6차 산업이냐’는 비판도 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이다.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소득과 부가가치 증대에 한계가 있다. 고부가가치 상품을 제조·가공하고, 농촌자원을 활용해 체험,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업을 연계할 때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는 개념이다. 다른 말로는 ‘먹는 농업’에서 벗어나 ‘기능성 농업, 가공농업, 관광농업’등 다양한 농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6이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도 매우 심오하다. 1+2+3=6이고, 1×2×3=6이다. 수리학적으로 6은 완전수(perfect number)이다.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자신이 되는 수이다. 종교적으로는 완벽한 7보다는 다소 부족함이 있는 인간적인 숫자가 6이라고 하기도 한다.

며칠 전 광주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크쇼에 참석했다. 전남도청과 유관 기관, 지역 대학생과 농업인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해 농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요리 시연도 하고 청중과의 질의답변을 통한 공감대 형성 등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인상적인 것은 한 토론 참여자가 가져온 누룽지과자다. 몇 년 전 전남 영암으로 귀농한 후 벼농사를 짓는 A씨는 직접 농사지은 쌀로 누룽지를 튀겨 가공품을 만들었다. 포장이나 디자인도 세련되고 향과 맛도 좋았다. 학생 등 체험 관광객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벼농사(1차 산업)를 통해 생산된 쌀로 누룽지를 만들어(2차 산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광 상품을 파는(3차 산업) 6차 산업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누룽지는 쌀과자, 떡, 식혜 등과 함께 쌀가공품으로 해외 수출도 유망한 상품이다.

누룽지에 얽힌 이야기로 중국 청나라 건륭제 일화가 있다. 청나라 황제 건륭제는 민심 시찰을 자주했는데, 어느 날 장쑤성으로 시찰을 떠났다가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다가 한 농가에 들어갔다. 그 집 아낙네는 가마솥에 남아 있는 누룽지에 채소 국물을 부어 끓인 누룽지탕을 내놓았다. 배가 고팠던 건륭제는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고 아낙네에게 ‘천하제일요리’라고 적어 주었다고 한다. 별것 아닌 음식으로 여겨지는 누룽지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농식품에 이야기를 입히고 예쁘게 화장을 하자. 그러면 훌륭한 상품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6차 산업 마인드로 농업을 성공시킨 사례는 매우 많다. 과거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던 양잠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해 섬유뿐만 아니라 화장품, 치약, 비누, 인공 고막, 인공뼈까지 개발될 전망이다. 1g당 가격이 금보다 비싼 종자, 일반 쌀보다 섬유질이 2~3배가량 많은 다이어트쌀, 벌침을 이용한 화장품, 유해가스가 나오지 않는 옥수수 바이오에너지, 태양광 인공위성을 통한 에너지 확보, 소리와 빛을 이용한 병해충 퇴치, 지열에너지를 활용한 농작물 재배 등 농업분야의 기술혁신과 창조적 혁신은 끝이 없다. 기능성 식품, 건강식품, 웰빙식품이 유망한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강원도 평창군에서는 해마다 봉평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메밀로 음식을 만들고 문화행사도 펼치니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누룽지나 메밀처럼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6차 산업 소재를 찾아내야 한다.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면 일자리도 크게 늘어난다. 식품가공, 수출, 유통, 물류, 디자인, 마케팅, 관광, 교육,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창조경제와 거리가 멀어 보이던 농업이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대두한다. 6차 산업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 한국 농업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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