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수학] 무소유의 사회와 과학기술

입력 2016-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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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겸 아주대 석좌교수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자체 모순에 의해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고 사유재산의 개념 또한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소유를 대치하는 공유 또는 공동 사용의 개념은 엉뚱하게도 과학기술의 진보로부터 구체화되는 중이다. 공유 경제나 협력적 경제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만 전문가들은 이 둘을 구별하기도 한다.

일단 자동차 소유의 개념이 사라질 가능성이 등장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고 가족 수대로 차량을 보유한 집들도 많은데 뭔 소리인가? 공유경제 개념을 자동차에 도입한 우버라는 회사의 기업가치는 현대자동차의 가치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우버 택시의 운행이 일상화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가족 소유의 차량을 처분해 버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집 근처에 채소 사러 나갈 때도 스마트폰 앱으로 부르면 인근에 있는 우버 택시가 금세 오고, 게다가 택시보다 훨씬 싸다. 수학적 방식으로 수요와 노선을 사전 예측해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차량 운행은 최대화하기 때문에 적정 이윤의 확보가 가능해져서 일어나는 일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개인 소유의 차량을 보유하는 것보다 경제적일 뿐 아니라 편의성도 더 높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버와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혁신적 기업들은 자율 운행 자동차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거침이 없다. 이르면 5년 이내에 일부 상용화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필요한 하드웨어인 센서 기술 등은 이제는 장애요인이 아니고, 전기자동차로의 빠른 이전 추세 때문에 엔진기술 등의 하드웨어 전문성도 더 이상 진입장벽이 아니다.

취합된 운행 데이터를 방대한 운행정보 빅데이터와 비교해 최적의 주행 결정을 하는 방식이 기계학습이나 딥 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닮은 탓으로 구글처럼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 일찌감치 치고 나가고 있다. 당연히 무인 택시나 무인 대중버스가 나올 것이고 우버 택시 같은 공유경제 모델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다. 차량 소유의 필요가 사라질 것임은 물론이다.

부작용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택시나 버스 운전기사 같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문제다.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에도 그랬다. 마부가 사라지고 말 돌보는 일자리도 없어지는 등 많은 전통적인 일자리가 없어졌다. 하지만 차량을 생산하는 일부터 이를 판매하거나 정비하는 일까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유럽의 은행원 중 10%인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핀테크의 등장으로 대면업무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는데 앞으로 10년 뒤에는 은행 관련 일자리의 반이 없어질 거라는 예측도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 상거래 시대라서 우리나라만 핀테크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 우버의 국내 사업을 막는 데 일단은 성공했지만, 법적 제재 장치를 만들어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웨어러블 장치로 생체 데이터를 상시 수집하고 질병 유무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판단해서 알려주는 무인진단법도 정교해지고 있어서 의사라는 직업의 성격도 바뀔 것이다. 질병 퇴치에 대한 사명감이 아닌 단지 좋은 직업이라는 이유로 의대에 진학한다면 10년 뒤에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웬만한 소프트웨어 코딩 작업도 기계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일자리의 위기가 도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를 중심으로 직업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과도기의 혼란이 클 것이다. 이전에 없었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아이디어의 실험장 성격으로 등장하지만, 일부는 거대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전체 일자리의 5%가 벤처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실수와 시행착오에 관대한 사회를 만들고 모험을 즐기는 문화가 나와야 가능한 일인데, 이런 문화의 생성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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