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차세대 핀테크 ‘블록체인’] IT·금융기업들은 왜 ‘블록체인’에 열광하나

입력 2016-01-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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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걸리던 증권 결제·청산 10분만에 끝… 인프라 비용 연 200억달러 절감

글로벌 IT와 금융기업들이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의 차세대 혁신으로 ‘블록체인’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 거래소 대기업인 나스닥OMX그룹은 지난해 말 장외시장 거래 플랫폼인 ‘링크(Linq system)’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비상장 기업이며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인 체인닷컴(Chain.com)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새 링크 시스템으로 신주를 발행한 것이다.

로버트 그레이펠드 나스닥 최고경영자(CEO)는 “블록체인은 거래소에 있어 혁명적인 새 인프라”라며 “증권 보관과 청산 의결권 관리 등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스닥은 “블록체인 기술은 증권 결제와 청산에 관련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며 “거래 성립부터 결제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현재 3일, 유럽에서 2일이 걸리지만 블록체인은 이를 1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온라인 소매업체 오버스톡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증권거래소 등을 통하지 않고 유가증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 절감이다. 스페인 은행 방코산탄데르는 최근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글로벌 은행들이 오는 2022년까지 해외송금과 증권거래, 규제대응 등과 관련된 인프라 비용에서 연간 약 150억~200억 달러(약 18조~24조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는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가상의 채권 거래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상용화에 따른 문제점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자사에서 운영하는 송금이나 결제 등의 기반으로 블록체인을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은 지난해 9월 나스닥, 비자카드와 공동으로 체인닷컴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지난해 10월 무역 결제 관련 데이터 관리를 위해 미국 블록체인 벤처 웨이브와 계약했다. 바클레이스는 같은 해 5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우리의 현 결제 시스템보다 우아한 솔루션을 제공했다”며 블록체인을 극찬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금융 관련 IT 기술에 약 9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그 투자의 대부분은 블록체인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니얼 핀토 JP모건 기업·투자은행 부문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은행은 이미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연구팀을 구성해 해당 기술의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혁신실험실(이노베이션 랩)’을 꾸렸다. 도이체방크는 “블록체인이 법과 규제 장벽에 부딪힐 수 있지만 은행산업의 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은행계좌와 공인인증서, 신용카드가 없어도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외환 거래 수수료와 은행 수수료 등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이끌 커다란 변화에 은행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 중에는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많이 둔 IBM이 블록체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IBM은 지난달 JP모건과 웰스파고, 스테이트스트리트, 영국 런던거래소 등 금융 대기업들이 참가하는 ‘오픈 레저(Open Ledger·공개 원장)’프로젝트를 세웠다. 이는 일종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기업들이 최적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인텔과 시스코 등 다른 IT업체도 IBM의 새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리눅스재단이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한다. IBM은 자사가 보유한 수십만개의 블록체인 관련 코드도 무료로 공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20여 대형 은행들은 미국 핀테크 기업 R3와 제휴해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여전히 블록체인은 초기 단계에 있다. 업계의 높은 관심에도 여전히 금융상품 대부분은 기존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가진 잠재력을 절대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레이펠드 나스닥 CEO는 “블록체인 기술이 초기 단계이지만 우리는 자본시장 인프라의 핵심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 임원 출신으로 현재 블록체인 스타트업 디지털에셋홀딩스 CEO인 블리체 마스터스는 “블록체인은 1990년대 초반 인터넷 발전 초기 단계 이메일의 등장과 비슷하다”며 “‘돈의 이메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을 쓰는 모든 사람이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듯이 블록체인도 금융거래의 기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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