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36] 고객·동료 협력사… 내 세상의 행복을 위해

입력 2016-02-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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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이언그룹 대표

어릴 적 장래희망 란에 ‘선생님’

은행 상품개발팀·SW기업 거쳐

“남 도와주는 회사 해보고 싶다”

리서치·컨설팅·교육 서비스 창업

나는 어렸을 때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 란에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그만큼 선생님이 하고 싶었고,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내 직업도 ‘선생님’과 관련된 일이다. 제일 하고 싶은 일을 찾다가 교육 회사를 설립했고, 직원수가 1명에서 벌써 50여명의 규모로 회사가 성장했다.

고객이 잘될 때 가장 기쁘고, 동료들이 잘될 때 흐믓하다.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해 가고 있으니, 행복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처음부터 엄청난 사명감과 이러저러한 성공을 반드시 이루어 내고야 말겠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을 마치고 첫 직장인 금융회사(하나은행)에 근무하는 동안 지점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본점으로 배치받아 금융상품개발팀에서 상품개발 업무를 담당한 후, 각 영업점들의 하루 단위 실적 관리와 마케팅 캠페인 매니지먼트 업무를 했다. 당일 전점 마감 후 데이터를 전산부로부터 넘겨받아 분석 가능한 엑셀 양식으로 집계ㆍ전환하고, 그룹핑, 가중치 부여, 목표 대비 실적 집계, 점수화, 서열화한 그룹별 순위 보고서를 작성했다. 각 영업점에 결과를 보내는 업무도 1년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세상 어딘가에 이런 수작업을 자동화하거나 쉽게 도와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있을꺼야’라고 생각하고 관련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후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으로 전직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던 중 또 한번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스타트업 창업 붐이 불며 ‘나도 한번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남을 도와주는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떠오르는 아이템은 없었다. 고민을 하던 중 어렸을 적 생활기록부에 장래 희망으로 적었던 ‘선생님’이 떠올라 잘 다니던 소프트웨어 회사를 과감히 그만뒀다. 내가 기업을 한다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기업 대상 교육 회사를 설립했다.

교육회사를 운영하면서 선생님의 이미지는 내게 더 각인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당시 동료들은 나를 ‘깔대기’라고 불렀다. 처음에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도 한참 듣고 있으면 결국 ‘학습과 성장’을 해야 한다는 같은 메시지로 마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형상이 마치 깔대기와 같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어떤 문제가 있을 경우 선생님처럼 곁에서 함께 도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든 이언그룹은 기업과 공공부문에 리서치, 컨설팅, 교육, 비즈니스 문제해결 코칭 등을 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 회사다. 구성원 1명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약 50명에 이르기까지 동료들을 채용하고 육성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나는 “고객들이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미션으로 하는 회사이니 스스로 밤낮 없이 공부하고 실력을 키워서 고객에게 thought leadership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복하며 미션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상하관계 아닌 수평적 조직운영

구성원과의 관계 끊임없이 고민

뭔가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소통하는 자세 지키려 항상 노력

수십 명의 컨설턴트들이 있는 이언그룹에는 몇가지 재미있는‘있다/없다’가 있다. 우선 수직적 관계는 없고, 수평적 관계만 있다. 이언그룹의 영문명인 ‘EON’이 전문가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된 생태계를 지칭하는 ‘Expert on Network’의 머리 글자라는 것을 보면 이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회사 내에서 수평적 관계임이 자연스럽게 인식되도록 직함을 붙여 존칭하는 대신, 영문 이름(예를 들면 에이미) 또는 이니셜(예를 들면 YK)로 서로(대표부터 인턴사원까지)를 부르고 있다.

이언그룹에는 상하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상사, 부하직원, 지시, 보고, 지적과 같은 단어들은 들을 수 없다. 대신 리더, 동료, 요청, 공유, 피드백과 같은 수평 관계 기반의 단어들을 사용한다. 이언그룹은 또 연령ㆍ성별ㆍ경험을 막론하고 인턴에 지원하는 인원을 가급적 모두 받아들여 좋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이 봉사활동을 가거나 기부금을 내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용이나 투자보다 더 큰 매출이 있어야만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냉정한 경제적 관념을 잃지는 않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프로젝트마다 부단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몸에 배어있다.

경영자로서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저희는 회사, 상사 눈치 보느라 아무 것도 못하는데 뭐든지 맘대로 하시니 얼마나 좋으실까요”와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도 눈치를 많이 본다. 나 자신의 주장을 펴면 ‘독단적이라고 하지 않을까’, ‘업무의 내용ㆍ방법ㆍ결과ㆍ기일 등을 확인하려고 들면 자신들을 못믿는다고 불쾌해 하지 않을까’, ‘뭔가를 강력하게 추진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지 않을까’, ‘이런 작은 것을 이야기하면 잔소리라고 싫어하지 않을까’, ‘이걸 새롭게 시도하자고 하면 힘들다고 하지 않을까’, ‘방법을 바꾸어서 다시 해보자고 하면 변덕 부린다고 하지 않을까’ 등의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지녀온 마음 가짐은 감사, 사과, 용서, 무뎌짐, 잊기, 겸손 등을 꼽을 수 있다. 매사 처한 상황, 가진 자원, 주변 분들의 지원과 배려에 크게 감사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는 주저 하지 말고 먼저 사과 하기, 누군가 내게 미안하다고 하면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떤 사항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무덤덤하게 감정 기복을 완화 시키기도 깊이 새기고 있는 마음 가짐이다. 아픈 것, 서운한 것, 창피한 것 등 마음에 짐이 되어 스트레스가 되는 것들은 얼른 잊어버리기, 마지막으로 뭔가 포장하여 잘 보이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겸손함 등을 명심하고 지낸다.

기업을 영위하면서 반복적으로 스스로에게 ‘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라고 질문한다. 항상 내 결론은 “세상(고객, 동료, 협력사 등)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기업을 합니다”이다.

김영규 이언그룹 대표는

1968 서울 출생

1987 대일외고 졸업

1988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입학

1995 하나은행 입행, 여의도중앙지점, 금융상품개발팀, 마케팅팀 근무

1998 SAP Korea, FI/CO 모듈 컨설턴트, 금융산업 마케팅/프리세일즈/컨설팅 수행

2001 기업교육전문회사 하이프로그룹 설립

2006 전략컨설팅, 교육, 리서치 전문회사 이언그룹과 합병

2010 분당서울대병원 경영 자문위원

2012 서울대병원 리더십개발 자문위원

2016 현재 이언그룹 대표

바바라민토 논리의 기술, 더난출판사, 감역 총괄

민토피라미드로 배우는 논리적 글쓰기, 더난출판사, 감역 총괄

경영의 탄생, 더난출판사, 대표 역자

전략적 리서치, 이언그룹 펴냄, 대표 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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