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 25·끝] “주주의결권 통해 지배구조 개선”…시장 건전화 기여

입력 2016-08-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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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18년간 소액주주운동 최전선

▲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4년 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소수 의견(Korea Disount: Minority Report)’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실었다. 한국 주식 시장이 저평가된 근본 원인은 북한의 불안정으로 인한 위협보다는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다수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국내 주식시장의 평가가치를 약 20%가량 낮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998년부터 18년간 이 같은 재벌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의 최전선을 달려온 인물이다. 올해에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액주주운동은 지난 20년 동안 부침을 거듭하긴 했지만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의 필요성을 알린 한편 주주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제도개선을 실제 이끌어 내는 등 시장 건전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 의원을 만나 지난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소액주주운동이 시작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다른 여러 문제점이 중첩돼 있었지만 결국 기업들의 과잉투자로 1997년 외환위기가 촉발되면서 강력한 재벌개혁 여론이 형성됐다. 정부 주도 하에 재벌그룹의 주요 계열사 간 ‘빅딜’이 시행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때 참여연대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 재벌기업을 개혁하는 데 정부의 법과 제도뿐 아니라 주주가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대기업의 전횡적인 행태를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었다.”

△ 소액주주운동이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낯선 개념이었지만 외국에는 펀드의 ‘행동주의’라는 것이 많이 보편화해 있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다만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한 이유는 국내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재벌 계열사이거나, 운용자금 자체가 재벌의 돈을 받아서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에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동기가 크지 않았다. 이들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개인투자자를 모아서 소액주주운동을 해야 했다.”

△ 개인적으로 소액주주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재벌의 전횡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에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장하성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을 얻게 됐다. 강의 제목은 ‘증권시장론’으로 기억한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교수님을 찾아가 새로운 시민운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말하게 됐다. 이후 200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각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살피고 재무구조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식으로 참여했다.”

△ 소액주주운동 과정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기업지배구조’라는 용어 자체가 대중에게 낯설었다. 지금은 지배구조에 대한 용어들이 그래도 꽤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명확한 개념까지는 모르더라도 대강 무엇을 말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정도는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 다만 국민에게 더 자세히 알려지 못해 재벌이 바뀌지 못했다. 재벌 총수의 전횡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왔음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이 운동이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

△ 돌이켜 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아쉬움이나 후회는 별로 없다. 다만 외환위기를 맞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벌개혁 필요성을 많이 공감하게 되면서 활동 초기에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경제활성화냐 경제민주화냐’의 대립적인 프레임 속에 갇혀 운동이 동력을 잃어가게 됐다. 또 활동 자체가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어려워서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한다. 재벌총수가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가는 기사는 크게 보도되지만 그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법망의 허점을 이용하는 기업의 행위가 점점 더 고도화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 경제권력인 대기업에게 미운털이 박혔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초기에는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활동한 것이 아니었기에 외압을 받지는 않았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 소속돼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제가 경제개혁연대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시민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6년 무렵부터였다.”

△ 소액주주운동이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그 같은 비판에 대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주자본주의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은 적이 있느냐는 반문을 하고 싶다. 적어도 국내에서 주주자본주의 때문에 문제가 된 회사는 없었다. 전문경영인이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고 회사의 성장동력을 훼손하고 배당을 어마어마하게 해서 문제가 생긴 사례가 있었나? (이런 사례가 없음에도) 외국 사례를 들고 와서 벌써 문제로 삼는다. 재벌총수 일가들의 전횡적인 경영행태를 옹호하고자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 소액주주운동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요즘은 주주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한 단계 넘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개념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충족시켜야 기업이 계속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의 이익, 소비자의 이익, 환경문제, 거래처에 대한 이익 등이 모두 고려하는 방식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 최근에는 금융당국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등 행동주의 관련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은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대하는 주장을 들어보면 이것을 ‘경영 간섭’이라고 하는데 올바른 번역이 아니다. 경영상황에 대해 궁금한 것을 자주 물어보고 경영진의 장기적인 계획이 무엇인지 소통을 하라는 것이다. 돈을 맡긴 고객들을 위해 피투자회사의 정보를 활동해 투자를 잘하라는 얘기다. 엄밀하게 말해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이사를 추천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 현실에서 당장은 무리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관여는 얘기를 듣는 선이 아니라 적극적인 액션까지 이어가야 한다.”

△ 소액주주운동과 연결해서 진행하고 있는 입법활동이 있나?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재벌개혁운동을 해 오는 동안 가장 문제로 삼았던 것 중 하나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였다. 이 부분에 대해 입법을 하고 있다. 이 문제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상장사의 총수가 자녀에게 개인회사를 만들어서 사업기회를 주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벌면 이 돈의 최종 수혜자는 개인이다. 상법상으로 문제가 된다. 또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일감을 받은 회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회사법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킨 것이다. 아울러 원래 거래를 했을 중소기업을 경쟁에서 배제하는 행위이므로 공정거래법상 문제도 있다.”

△ 최근 몇 년간 정부차원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강화하지 않았나?

“물론 제도 도입이 있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상법상 규제와 회사법상 규제를 도입했다.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공정거래법상 제재요건을 강화했다. 하지만 명목상 제도를 도입했을 뿐 제재 수위를 보면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과세를 하거나 과징금을 물린다고 해도 해당 기업이 얻는 이익에 비하면 여전히 터무니없이 작다. 제도를 더 강화하고 집행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 그밖에 현재 우리경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불공정’, ‘불평등’, ‘양극화’ 세 가지를 꼽는다.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결국 임금불평등이 심각하기 때문인데, 대기업 다니는 노동자와 중소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100대 60 정도다. 1980년에는 이 차이가 5%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노동자 대부분인 88% 정도는 중소기업에 소속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현재로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입법활동도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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