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총 소득보다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가구의 원리금 강제상환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가 총체적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의 연내 도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A은행 개인고객부 여신 담당자는 6일 “DSR가 정부가 예고한 기준치인 80%를 훌쩍 넘어 100% 이상 가구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대출자들은 최악의 경우 강제상환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대출기준인 DSR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스템에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DTI 두 가지만 보고 있다.
DSR가 DTI와 차이점은 대출받는 은행 말고 다른 은행의 원리금 상환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DTI는 타행 주택대출이 만기 일시상환일 경우 이자만 감안한다.
반면 DSR는 타행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분할상환 계획으로 추정해 DTI에 추가한다.
언젠간 갚아야 할 빚을 상환계획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정확한 연간 소득 대비 부채상환 비율이다. 은행권 주택대출과 신용대출, 카드 빚, 저축은행 대출 등 모든 대출을 포함한다. 집계할 수 없는 사채와 대부업 대출만 예외다.
문제는 기존 대출시스템인 DTI의 사각지대였던 타행 대출이 연간 상환금에 포함되면서 이를 예상하지 못한 가구가 무더기로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가구 2주택의 경우 강제상환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더 이상 주택 값이 오를 때까지 이자만 내며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DSR가 도입되면, 은행들은 매월 론리뷰(채무 재평가)를 통해 DSR가 80%를 넘는 가구를 솎아내 타행 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대출 가구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DSR 도입을 추진한 이후 각 은행들은 신용정보원에 자사 대출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연말 DSR를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오면 은행 대출 창구에서 바로 DSR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