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魔의 관문' 임상2상을 넘어라..동반진단 인실리코 '주목'

입력 2016-10-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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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2상 성공률 30%수준, 바이오마커, 컴퓨터 시뮬레이션 통해 신약개발 성공률 ↑

한미약품이 글로벌 폐암 신약으로 야심차게 개발한 '올무티닙(HM61713)'이 중대 기로에 섰다. 전 세계(한국, 중국, 홍콩 제외) 올무티닙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임상 개발, 허가, 생산, 상업화를 진행키로 한 베링거인겔하임이 모든 권리를 반환해서다. 글로벌 임상 2상 과정에서 나온 독성(중증 피부 이상반응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이 신약개발의 '마의 관문'인 2상에서 주저앉을지 다른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성공적 임상 2상, 신약개발 성패 좌우

글로벌 제약사들은 과거 수십년간의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 2상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해왔다.

2상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하는 단계로 약리효과의 확인, 적정용량 또는 용법을 결정하기 위한 시험으로 한정된 건강한 사람(1상)이 아닌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신약을 투여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낮은 효능(efficacy)과 예상치 못한 독성(toxicity)은 신약개발을 중단케 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제공.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제공.
최근 미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수행했거나 진행중인 9985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상 2상의 성공률은 30.7%로 1상(63.2%), 3상(58.1%)보다 현저히 낮았다. 임상 1상부터 신약 승인까지 평균 성공률은 9.6% 였다.

2014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린 7300여개(2003~2011년)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성공률 조사에서도 2상 성공률은 32.4%로 1상(64.5%), 3상(60.1%) 성공률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이 연구는 높은 실패의 원인으로 약물 후보군의 낮은 효능, 임상 단계에서 발견되는 안정성 문제(독성)를 꼽았다.

2011~2012년 사이에 발생한 148건의 실패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임상 2상에서의 실패원인 중 59%가 효능의 부족이었고 22%는 안전성의 문제였다. 앞선 2008~2010년의 실패 원인(효능 51%, 안전성 19%)과 비교하면 안전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결국 임상2상의 주요 실패 원인을 조기 단계에서 해결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인 것이다. 임상 2상은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는 단계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동반진단, 인실리코 신약개발 성공률 높인다

이 때문에 임상의 실패 확률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인 바이오마커(Biomarker)가 대표적이다. 바이오마커를 통해 개발중인 치료약제의 예후 및 반응 정도를 예측, 정밀한 환자군을 타깃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 중 독성 바이오마커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판단지표 바이오마커는 치료효과 평가에 사용된다.

앞선 미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바이오마커를 활용할 경우 25.9%, 그렇지 않은 경우 8.4%로 바이오마커 기반의 신약개발 성공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상 2상에서 3상으로의 성공률 역시 바이오마커를 활용할 경우 46%, 그렇지 않은 경우 28%로 나타났다.

국내 바이오업체인 젬벡스앤카엘의 췌장암 치료제인 리아백스주는 글로벌 임상 3상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특정 바이오마커(이오탁신) 지수가 높은 환자에서 생존일이 연장됐음이 확인돼 국내 허가를 받은 사례다.

이런 바이오마커를 임상단계를 거쳐 상용화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이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이다. 연구실, 의료현장에서 자체 마련한 바이오마커가 아닌 엄격한 공정과 매뉴얼대로 제작된 기기와 시약을 사용하고 그 결과를 정확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로 해석해 진단에 대한 객관성을 부여한 것이다.

미국 FDA는 2004년 임상시험에서의 동반진단 활용을 권고한데 이어 2014년에는 표적치료제에 대해 CDX를 활용토록 한 동반진단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현재까지 미국 FDA는 19개의 CDx를 허가했는데 국내에서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최초다.

신영기 서울대 약대 교수(항암제 동반진단기술개발사업단장)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신약개발에 있어 동반진단의 가장 큰 효용은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대폭 낮춰준다는 점"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동반진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실리코(in silico)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인실리코는 임상시험 전반에서 컴퓨터기반 시뮬레이션 혹은 예측 시스템으로 구성된 기술을 이용해 기존 시험 방법을 부분적 또는 전반적으로 대체하는 가상 임상시험을 의미한다.

유전체 빅데이터 등의 분석 활용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대두된 방법으로 인실리코를 통해 실제 임상시험을 대체 또는 보강함으로써 개발 중인 신약의 적합성, 효용성 및 안전성을 검증하고 개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미 상원 세출위원회는 2017년 FDA 예산안과 관련해 인실리코를 신규 의료기기 및 신규 약물치료제 개발에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FDA 역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임상 결과치를 예측하고 이를 임상시험 디자인에 반영하며,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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