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파부침주(破釜沈舟) 외친 중소기업인

입력 2016-12-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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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산업2부장

중소기업인이 뽑은 내년 사자성어는 ‘파부침주(破釜沈舟)’다. 파부침주는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 나온 말로 2200년 전 초나라 장수 항우가 진나라 군대를 치러 갈 당시 일화에서 유래했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내년 중소기업 경영 환경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기업 경영환경은 장기 내수침체에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말미암은 소비심리 악화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오죽하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경유착으로 중소기업이 소외됐다”며 “내년 상반기는 정치 일정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할 것이고 방향성 없는 경제 주체들이 자체적으로 살아남아야 할 시기”라고 내뱉었을까.

요즘 유통업체 담당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사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토로한다. 얼마를 버틸지 모르겠다는 절망을 드러내는 자영업자들도 많아 연말 특수는 고사하고 당장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취재한 한 음식점 사장은 “35년 정도 음식점을 운영해 왔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최순실 사태로 연말 대목은 물 건너갔다”며 “문제는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설 대목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실적 개선에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장사가 안 돼 매물로 나온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지만 경기불황으로 인수하려는 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다”며 “내년은 성장은 고사하고 지키기에도 버거운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경기 상황에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국회나 정부에 기대지 않고 각자도생을 외치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 성장의 핵심 대책으로 내수 활성화를 꼽았지만, 오히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정국이 되면서 내수활성화는커녕 소비절벽만 불러왔다. 여야도 서로 정치 셈법에만 바쁜 모습을 보이며, 민생 안정이나 경기 활성화에 대한 시급한 해결책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의 민생 외면으로 현 정부 들어 빈부격차는 더 심화했다고 한다. 수치적으로 전체 가구의 실질 소득은 지난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었다. 특히 지난 3분기 소득 상위 20% 소득은 하위 20%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4.81로 3분기 연속 상승해 빈부격차가 더 커진 모습을 보였다. 11월 청년실업률도 8.2%로 2003년 11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며 경기불황의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한국 경제에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내년에도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는 최순실 사태 장기화와 이른 대선 정국으로 자칫 정치권이 민생을 뒷전으로 두고 정권 잡기에 혈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과 정부는 서로 합심해 민생을 챙기고 국정을 안정화하는 데 온 힘을 실어야 한다.

다가오는 2017년은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이다. 붉은 닭은 ‘어둠 속에서 빛의 도래를 알리며 만물과 영혼을 깨운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이 장기 경기침체로 깊은 시름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미국 금리 인상까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그 충격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인 중대한 시기다. 어지러운 정국을 시급히 수습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권의 결단이 올해 안으로 나와야 한다. 혼란을 틈타 정당의 잇속만 챙기기에 급급하다면 제2의 대규모 촛불집회는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붉은 닭의 해’의 의미처럼 어둠 속에서 빛이 되는 국정운영을 정치권과 정부에 기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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