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홍익인간형 사람중심 기업가 정신과 존경받는 중소기업

입력 2017-01-04 10:39 수정 2017-0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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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조지워싱턴대 석좌교수

기업은 종업원들에게 꿈을 줄 것인가? 돈을 줄 것인가? 기업가 정신은 돈을 버는 직업 정신이 아니라 꿈을 기회로 만들어 내는 소명 정신이다. 직업과 소명의 차이는 돈을 받는 만큼 일하면 직업이고, 돈과 관계없이 일하면 소명(calling)이다. 꿈은 사람을 얻고, 사람을 키우고, 사람이 미래를 만든다. 사업만 잘하는 회사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회사가 많아져야 한다. 사람을 키워야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 명장이란 명졸이 키우면 명장이 될 수 있다. 존경받는 중소기업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종업원을 배려하고, 종업원의 꿈을 키워 주는 회사이다.

세계중소기업학회(ICSB)에는 중소기업들이 보다 높은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을 가지기를 권유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에는 널리(홍, 弘) 인간을 이롭게(익, 益) 하는 홍익인간 정신이다. 한국의 인본주의(humanitarianism)를 실천하는 정신이다. 경영이란 기업가의 꿈을 종업원들이 공감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에는 기회 포착과 도전이 만들어내는 사업(enterprise) 의식이 필요하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서 실행되고 집행되기 때문에 사람(Humane) 의식도 중요하다. 혁신은 창조성과 실천에 의해 이루어진다. ‘혁신(Innovation) = 창조성(Creativity) + 실천성(Execution)’, 즉. ICE이다.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이란 종업원들에게 꿈을 주고, 종업원을 소중히 배려하고, 종업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종업원들을 배려하면 기업도 성장하게 된다. 세계중소기업학회에서는 이러한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실천을 위한 10대 원칙(10E)을 제안하고 있다.

원칙1(꿈이 있는 회사, Envisioning) : 기업가는 꿈을 만들고, 이 꿈에 종업원들이 동참하게 하는 것이다. 꿈이란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신념에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이익만을 좇아 단지 돈을 버는 일은 장사라고 하고, 돈을 벌면서 돈 이상의 가치와 사람을 함께 버는 일을 사업이라고 한다.

원칙2(열정·도전, Enthusiasm) : 기업은 선제적 투자를 위한 열정 싸움이다. 불확실한 기회에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하다. 열정이 없으면 기회 포착이 느려지거나 환경 변화에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원칙3(혁신·개선, Enlightenment) : 기업에서 현상 유지란 곧 망하는 길이다. 기업에서의 혁신은 어제 내린 눈이다. 오늘은 녹고 만다. 그래서 매일 혁신해야 한다. 매일 품질과 기술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능력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카이젠(개선) 정신이 필요하다.

원칙4(실험과 창조정신, Experimentation) : 기업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신제품과 신사업을 개발하지 못하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없다.

원칙5(탁월성, Excellence) : 기업은 결국 다른 기업보다 원가, 품질, 기술, 운영에서 탁월성을 확보해야 한다. 탁월성이 있어야 매출이 일어날 수 있다.

원칙6(권한부여, Empowerment) : 경영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하게 하는 것이다. 혼자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종업원들과 기업 비전과 꿈을 공유하여,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주인의식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시키는 일만 하는 종업원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와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종업원이 될 수 있다. 주인의식이란 일거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을 주어야 생겨난다.

원칙7(청지기 정신, Ethics) : 기업은 소명의식과 윤리의식을 갖춘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이 있어야 한다. 기업은 사회적 인프라를 활용하여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사회적 청지기이다.

원칙8(공정·평등, Equality) : 기업은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평등주의는 창의와 도전의 출발점이다. 인텔은 평등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창조와 혁신의 사례이다.

원칙9(몰입과 공감, Engagement & Empathy) : 공감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격려하고 동기 부여하라. 종업원이 즐겁게 몰입할수록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재능보다 집중력이 훨씬 큰 성과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자발적 몰입에 도달하려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원칙10(생태계 육성, Ecosystem) : 기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성과는 생태계 상호작용의 합(sum of total ecosystem)이다. 주요 기업 생태계는 지역사회, 공급파트너, 주주, 고객, 종업원 등이다. 기업은 생태계에서 많은 실망을 하게 된다. 이들을 육성하고, 상생하게 하는 적극적인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중소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중소기업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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