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인간과 환경을 돌보는 사회적 농업

입력 2017-01-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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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사회적 경제,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나 농업을 더한 ‘사회적 농업’은 아직 낯선 용어다.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란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건강과 돌봄·치유·환경보전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이뤄지는 농업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농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미 농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의 선도 국가인 이탈리아는 1978년 이 제도를 도입해 현재 2000여 곳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사회적 농업을 국가 법으로 승인했다. 이탈리아의 농업 및 사회정책은 지방정부에 의해 수행되고 있어 조례가 중요한데, 20개 주 중 12개 주가 사회적 농업에 관한 조례를 갖고 있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로마 근교에 위치한 아이케어(AiCARE)라는 사회적 농업 기관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듣고 농장을 살펴봤다. 설립자인 스카펠리니 대표의 “농업으로 인간과 환경을 돌보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에서도 1970년 사회적 농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 후 1990년대에 사회적 농업이 치유 농업(care farming)으로 급속히 발전해 2016년 ‘돌봄조직품질법’과 ‘건강안전법’에 따라 품질인증을 받은 농장이 700곳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각종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농장과 청소년 치유 및 돌봄 농장이 전문화돼 치유 농업 관계자들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치유 농업이 활성화하면서 농촌 지역을 새롭게 하고 도시를 건강하게 만들어 사회적 농업의 한 형태로 관심을 끄는 중이다.

일본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회적 농업을 시작, 장애인들의 농업 부문 취업을 장려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취약계층의 치유와 연계한 교육, 훈련,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이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 자리 잡아 가도록 정부가 다양한 정책과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역에서 사회적 농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 시작 단계로, 관련 정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에 우리 연구원이 개최한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정책 콘퍼런스에서는 ‘꿈이 자라는 뜰’(꿈뜰) 대표인 최문철 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위해 홍성군과 함께 만들어 운영하는 ‘농촌형 배움의 일터 꿈뜰’ 사례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꿈뜰에서는 2008년부터 장애인들이 꽃과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기르고 있다. 이들은 마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익히며, 자기 자리를 찾아 제몫의 일을 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꿈뜰을 통해 사회적 농업이 환경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돌봐주고 있다는 점에서 농업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엿봤다.

새해가 시작됐는데도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우리 농업과 농촌도 고령화, 시장 개방화, 가축 질병,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에도 생산 중심의 전통 농업을 탈피한 새로운 발전 모델 제시가 요구된다.

향후 한국의 사회적 농업은 보건당국과 연대해 지원하면서, 서비스 이용자의 이득은 물론 농가도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다. 인간과 환경을 살릴 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외연을 확대하게 될 ‘사회적 농업’의 도입과 운영을 적극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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