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바마의 마지막 콘서트

입력 2017-01-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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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장

미국 일리노이 주(州) 주도 스프링필드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은 그의 ‘마지막 콘서트’나 다름없었다.

이곳은 오바마가 10년 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역사적 장소. 1997년부터 2004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될 때까지 주 상원의원을 지낸 오바마는 10년 전인 2007년 2월 10일 일리노이 주 의사당에서 아일랜드 출신 록 그룹 유투(U2)의 대표곡 ‘시티 오브 블라인딩 라이츠(City Of Blinding Lights)’가 흐르는 가운데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도 10년 전 그날을 방불케 했다. 오바마는 “보면 볼수록 당신을 더 모르겠어요(The more you see the less you know)”란 가사로 시작되는 ‘시티 오브 블라인딩 라이츠’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투 못지않은 슈퍼스타처럼 유유히 무대에 올랐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관중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헬로 시카고!”라며 멋쩍게 화답한 오바마는 계속되는 박수갈채와 휘파람, 환호에 “댕큐”를 연발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다만 10년 전 그날과 다른 것이 있다면, 관중석에서 “희망” “변화”라는 기대에 찬 단어 대신, “4년 더” “아이 러브 유(I love you)”와 같은 아쉬움 가득한 말들이 나온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야심찬 도전의 시작을 알리는 대선 출정식이었다면, 이날은 8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하며 작별을 고하는 이별식이었기 때문이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연방 상원의원 경력이 고작 2년에 불과했던 오바마가 대선에 출마할 당시, 정치 엘리트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변화(Change)’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오바마는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며 결국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미국 역사 232년 만에 처음 탄생한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념비도 세웠다. 아웃사이더에 정치 신예인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를 거머쥐며 이변을 연출한 이번 대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퇴임 직전 50%대의 높은 지지율에 레임덕 현상도 없었던 오바마이지만, 그동안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재선에 도전하던 2012년만 해도 미국 경제는 오바마가 첫 집권하던 초기처럼 비틀거렸다. 금융 위기에서 빠져나와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는 다시 위태로워졌고,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연방정부는 재정 절벽에 직면했다. 이뿐인가. 집권 초기 내걸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도 표류하며 사실상 재선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2기 4년간 오바마는 우여곡절 끝에 과제를 수행했고, 이제 8년 농사를 마무리 짓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여드레 후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오바마의 퇴장과 함께 그가 남긴 업적, 이른바 ‘오바마 레거시(유산)’가 트럼프 시대에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대표적인 오바마 레거시로 꼽히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환경보호 정책, 이란 핵 합의도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대로라면 오바마의 8년 농사가 헛수고로 돌아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매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 모인 이들이 아쉬워한 것은 이런 거창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8년간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인간미와 진정성에 대한 보답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오바마에 대한 환송과 누군가의 이웃으로 돌아오는 오바마에 대한 마중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오바마는 8년 전 내걸었던 구호와 함께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콘서트를 끝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변화 그 자체였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로 답했다. 훈훈한 작별식이었다.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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