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대하듯 엄격히 관리했어야"…헌법재판관들, '비선실세' 질타

입력 2017-01-19 21:57 수정 2017-01-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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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하고 가까운 사이인데 ‘없는 사람’으로 친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이 사람이 외부로 드러나면 곤란하다는 뜻인가.”

19일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김이수 재판관은 증인으로 나선 정호성(48) 전 청와대 비서관을 향해 이같이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61) 씨를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표현한 데 따른 질문이다.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정 전 비서관은 6시간 반에 걸친 마라톤 증언을 통해 최 씨가 권한없이 국정에 개입한 여러 정황을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전달하면 안 되는 기밀문서 47건을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소추위원 측은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인사자료를 미리 최 씨에게 보낸 것을 지적하며 “그걸 왜 최순실에게 알려주느냐”고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은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다,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와주는 사람이었다”며 “안타깝게도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게 밖으로 뭔가 등장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덧붙였다. 신문하던 소추위원 측 이용구 변호사는 황당하다는 듯 “증인이 말한 그게 결국 비선실세다”라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박지만 관리하듯 엄격히 관리했어야 했다”며 “대통령이 (도움 받으라고) 지시했더라도 청와대 보좌진이 아예 그런 생각을 못하게 해야지 계속 문서도 보내주고 의견도 들으면 그게 없는 사람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이 이날 밝힌 바에 따르면 최 씨는 2012년 대선 준비를 하면서 속칭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여성이어서 남성이 보좌하기 힘든 사적인 영역의 소일거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첨삭지도’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설비서관실에서 올려주는 딱딱한 문체를 극도로 싫어해 여러 번 문장을 고쳤고, 정 전 비서관이 연설문이나 ‘말씀자료’를 최 씨에게 보내면 좀 더 쉬운 말로 바꿔 다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최 씨가 단순히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 것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지난해까지도 장기간 청와대 주요 인사 자료 등을 받아봤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가 언론보도 등을 보고 국정이 걱정되면 관련 자료를 보내 ‘조언’을 구했다고 증언했다. 최 씨가 한 충고는 가감없이 박 대통령에 전달됐다. 최 씨가 받아본 문건 중에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한 문화·체육 사업 활성화 사업에 관한 보고자료도 포함됐다. 그는 최 씨가 먼저 이 자료를 요구해 전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가 개인회사 더블루K를 통해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대선 때부터 관계가 관성적으로 유지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부패 부분에 결벽증을 가진 분이고, 저도 사람도 안 만나고 대단히 절제된 삶을 살았다, 당연히 최순실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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