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성 없는 청년창업 지원 공약

입력 2017-02-06 13:2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광호 정치경제부 기자

“청년들에게 도전하라는 말은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 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이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몇 년 전 출간돼 인기를 끈 장강명 작가의 ‘표백’이란 소설의 일부다.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함을 꾸짖으며 창업을 해보라는 ‘훈계’에 대한 한 청년의 반박이다. 소설 속 기성세대는 이 청년이 되바라지게 말대꾸한다고 여기지만, 젊은 독자들은 속 시원함을 느꼈다는 이들이 적지않다.

선거의 계절. 다시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공약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5일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고시학원이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의 요람이 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청년창업 공약을 내놨다. 4번 파산한 트럼프가 재기했듯 우리도 실패 뒤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창업자가 자신의 돈을 털고 주변인에게 융자받는 게 아니라 전문투자자에게 유한책임의 투자로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청년창업 자금지원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그중 청년계정을 8000억 원 정도로 잡아 청년창업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많은 대선 주자들이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함께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겠다는 약속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까. 공무원시험 합격 여부만큼이나 불확실성은 크지만 공무원이 되는 것보다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는 창업에 뛰어들 배포 있는 청년은 얼마나 될까. 창업하다 망하고 망하다간 나이 제한에 걸려 일반 직장 취업도 힘들다는 두려움을 정치인들도 알까.

“창업이 수지맞는 장사”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상, 누가 차기 대권을 잡더라도 ‘청년들이 창업하고 싶은 나라’는 먼 얘기가 아닐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종합] "대중교통 요금 20% 환급"...K-패스 24일부터 발급
  • '빅테크 혼조'에 흔들린 비트코인, 변동성 확대…솔라나도 한때 7% 급락 [Bit코인]
  • "불금 진짜였네"…직장인 금요일엔 9분 일찍 퇴근한다 [데이터클립]
  • '범죄도시4' 개봉 2일째 100만 돌파…올해 최고 흥행속도
  • “안갯속 경기 전망에도 투자의 정도(正道)는 있다”…이투데이 ‘2024 프리미엄 투자 세미나’
  • "한 달 구독료=커피 한 잔 가격이라더니"…구독플레이션에 고객만 '봉' 되나 [이슈크래커]
  • 단독 교육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은 ‘2000명’ 쐐기…대학에 공문
  • 외국인이 준 초콜릿에 수상한 '구멍'…유튜버 "상상도 못 해"
  • 오늘의 상승종목

  • 04.25 12:3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286,000
    • -2.59%
    • 이더리움
    • 4,568,000
    • -1.89%
    • 비트코인 캐시
    • 692,500
    • -4.94%
    • 리플
    • 764
    • -2.8%
    • 솔라나
    • 212,400
    • -5.77%
    • 에이다
    • 688
    • -4.58%
    • 이오스
    • 1,348
    • +11.4%
    • 트론
    • 166
    • +1.84%
    • 스텔라루멘
    • 165
    • -3.5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8,250
    • -4.61%
    • 체인링크
    • 21,100
    • -3.87%
    • 샌드박스
    • 669
    • -4.8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