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렉시트, 또 하나의 포퓰리즘

입력 2017-02-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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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부 기자

“애국심이 성립하려면 사랑하지 말아야 할 외부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조건을 설명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하지 말아야 할 다른 국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뜻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의 적을 만드는 데 열심이다. 강한 미국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애국심으로 한데 뭉친 국민들이 필요하고, 공통의 적이 상정될 때 사람들은 쉽게 하나가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트럼프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포함한 미국의 국경 담장 높이기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국경 밖으로 날을 세우는 일이 트럼프 한 명의 일탈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EU 회원국 지위가 프랑스 경제에 불리하다며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Frexit)’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그는 유로존에서 벗어나 프랑화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로 들어오는 이민자를 지금의 80%로 줄이겠다고도 공언했다. 자국우선주의와 반이민을 내세우며 ‘트럼프 판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자국우선주의와 빈이민은 쉽게 국민들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책임을 저버리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 찬성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허둥댔던 영국의 정치인들도 포퓰리즘의 단면을 보여준다.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한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EU에 내던 분담금을 건강보험을 재정비하는 데 쓰겠다고 공약했는데, 국민투표 뒤 방송에서 “그 공약은 실수였다”고 말을 바꿨다. 브렉시트 찬성을 주장했던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당내 경선에도 나오지 않았다. 달콤한 말만 호기롭게 뱉었던 정치인들의 결말을 르펜과 트럼프가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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