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혈세 낭비하는 농업 보조금 정책 바꿔야

입력 2017-02-22 11:03 수정 2017-02-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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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올 겨울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작년 11월 중순 발생한 AI로 100일 동안 가금류 3300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구제역으로 2주 동안 소 1400여 두를 매몰 처리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에 지급된 살처분 보상금만 2600억 원이 넘는다.

문제는 가축 전염병이 최근 3년 연속 발생해 축산농가의 피해는 물론 보상금, 방역 비용 등으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국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2002년, 2010년, 2014년, 2015년, 2016년 등 총 6차례 구제역이 발생해 소, 돼지, 염소 등 구제류 390만 두를 살처분했다. 투입된 재정이 무려 3조3200억 원에 달한다.

겨울철 철새 등을 통해 전파되는 AI는 2003년 국내 첫 발생 이후 지난해까지 6차례 발생하는 동안 2954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구제역보다는 적지만 AI 때문에 투입된 재정도 6200억 원에 달했다. 가축 전염병을 막기 위해 무려 4조 원의 재정을 쓴 것이다.

가축 전염병도 사람의 감기처럼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되는 만큼 발생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차단 방역을 잘하면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실한 방역체계를 개선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가축 전염병 확산 원인은 정부의 부실 대응 이외에도 밀집한 사육 환경, 부실한 백신 관리 등 축산농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거나 감염 증상이 있어도 늑장 신고를 하는 등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는 가축 전염병 확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키우던 소, 닭이 전염병에 걸려 살처분해도 정부가 시세의 최대 80%(2011년까지 100% 보상)를 보상해 주는 만큼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이제 가축 전염병 발생 후 살처분 보상금을 지원해 주는 사후 지원 체계보다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 체계를 갖추는 농가에 지원하는 사전 지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축산 농가 스스로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자체적인 방역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이다.

현행 농업 보조금 정책에는 가축 전염병 보상금처럼 개선해야 할 제도가 적지 않다. 2005년 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도입된 쌀 직불금제도는 시장 논리적으로 모순이 많은 제도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농업 보호와 식량 자립 등 정책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많을 뿐 아니라, 보조금 지원만큼 정책적 효과도 크지 않다.

우선 이 제도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살펴보자. 쌀 직불금 제도(고정직불금- ㏊당 100만 원, 변동직불금- 목표가격과 실제 쌀값의 차액 85% 보상)는 수급 불안에 따른 쌀값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초과 공급 상황에서 쌀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생산을 줄이거나 소비를 늘려야 하지만, 쌀 소비는 매년 줄고 있어 소비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생산을 줄여야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쌀 수급 조절에 정반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는 쌀 관련 예산의 76.7%를 생산 확대에 지원하고, 중앙정부는 쌀 수매와 직불금을 통해 농가의 수익을 보전해 주고 있다. 한 나라의 정부가 정반대의 정책으로 매년 수조 원의 혈세를 쓰고 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올해도 쌀값 하락으로 농가에 지원될 변동직불금이 1조4900억 원에 달한다.

농업 관련 직불금은 쌀 직불금을 포함해 밭농업, 친환경, FTA 피해 보전 등 모두 8가지에 달한다. 지난 한 해만 8개 직불금을 통해 2조1000억 원이 지원됐다.

이제 농업 보조금 정책을 바꿔야 한다. 언제까지 퍼주기식 보조금 지원을 계속 할 건가. 진정 농업을 생각한다면 농가에 직접 지원보다는 농산업이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 육성에 정책적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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