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검의 90일

입력 2017-02-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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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정책사회부 기자

법조인들은 ‘선례가 없다’는 점을 부담으로 여긴다.

선례가 없는 사건의 주심이었던 A 판사로부터 “관련 판결문을 샅샅이 뒤져보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소수의견이라도 찾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심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B 변호사는 “모 회장님 사건이 제 의뢰인 사건과 유사한데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재판부의 판단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선례가 없다는 게 부담스러운 이유는 하나다. 법 규정을 근거로 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법조인에게 불명확한 규정은 첫 단추부터 잘 끼울 수 없는 것과 같다. 당장 입법으로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법조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동종업계의 상황이 어떤지, 이번 사건 기소·판결로 다른 사건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은지도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사 시기 혹은 선고 기일이 늦춰지는 것도 다반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90일도 선례 없는 법리 다툼을 하는 데 상당 시간이 필요했다. 수사 준비 기간인 20일 동안 강제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지, 청와대 압수수색이 현행법상 가능한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인지, 수사 기간 종료와 함께 특검과 특검보·특별수사관 등의 겸직 제한이 풀리는지 등 상당 부분에서 법해석이 요구됐다. 특검은 이전 특검 사례, 해외 사례 등을 찾아보며 연구했다.

하지만 청와대 압수수색도, 대통령 대면조사의 벽도 결국 선례가 없다는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짧은 수사 기간으로 인해 입법적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던 특검 입장에서는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이런 고민을 줄일 수 있었다면 미완의 과제로 남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 다른 대기업 뇌물죄 수사 등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특검 관계자는 “사무실을 빌리고 20일 안에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상설특검이든 뭐든 이번 특검 이후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특검을 위해 입법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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