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까지 압수수색당한 BNK금융…‘만신창이’ [허술한 지배구조-(1)]

입력 2017-03-15 09:17 수정 2017-03-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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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마피아’…지역토착 세습적 지배구조 난맥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본점 사옥.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본점 사옥.

2015년 11월 부산은행에 대한 경영실태 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특정업체 한 곳에 거액의 대출이 쏠려 있는 점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엘시티 분양 건에 무려 1조 원이 넘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은행을 통틀어 부동산 단일 프로젝트에 1조 원이 넘는 대출을 해주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에 금감원은 부산은행에 확약서를 요구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라는 내용이다.

그로부터 1년4개월 뒤인 2017년 3월 검찰이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실에 들이닥쳤다. 엘시티 특혜 대출, 그리고 주가조작 혐의까지 겹치면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이 은행 회장실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이 은행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도대체 BNK금융지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앞서 2015년 9월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캐피탈 등 관계사를 동원해 해운대에 고급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엘시티 사업’에 1조15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약정했다.

엘시티 사업에는 15개 금융기관이 총 1조7800억 원 규모의 PF 계약을 체결했다. 다시 말해서 64.6%에 이르는 대출을 BNK금융 혼자 도맡은 셈이다. 같은 해 1월에도 BNK금융은 별다른 실적 없이 자금난을 겪던 엘시티 시행회사에 3800억 원을 대출하기도 했다.

◇이영복-이장호-성세환, 지역 유착이 부른 ‘인재(人災)’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엘시티 사업과 관련, 이장호 전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 은행장과 성세환 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재임했거나 재임하고 있다.

이 전 행장은 2006년 부산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6년간 부산은행을 이끌었으며 2011년 BNK금융지주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후배인 성 행장에게 수장 자리를 물려준 지금까지도 BNK금융 고문으로 있으면서 10여 년 이상 BNK금융과 부산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 행장 모두 엘시티 실제 소유주인 이영복 청원건설 회장과는 매우 친하다고 지역 소식통들은 전한다. 골프도 함께 치고 모임도 같이 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은행은 2008년 이 사업 시행사인 엘시티 PFV 출범 때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장호 전 행장 시절이다. 당시 성세환 씨는 부행장으로 투자금융부 담당 임원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영복·이장호·성세환 이들 세 사람의 유착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BNK금융의 ‘꺾기 대출’과 ‘시세조종’ 의혹은 엘시티 사업에 대한 특혜 대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세조종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과 별도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징계 회부돼 과징금 부과는 물론 기관에 대해선 최대 영업정지, 개인에게는 파면까지도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후 내부통제에 관한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준법성 검사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재 수위 결정에 있어 주된 요인은 위법성의 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검사함에 있어 누가 이득을 얻었는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성세환 회장이 3년 임기를 못 채우고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성 회장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그러나 성 회장의 부산은행장 직위는 이미 2015년 한 차례 연임돼 내년 2월까지로 돼 있어 검찰 수사에 따라서는 연내 물러날 수도 있다는 예상마저 나온다.

◇허울뿐인 이사회…무관심한 대주주 = BNK금융의 기업지배구조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사회운영위원회·리스크관리위원회·보수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등을 이사회 내 설치하고 있어 의사결정 단계가 촘촘하다.

때문에 은행과 같은 대형금융기관의 시세 조종은 초유의 사태다. 관련 법령 및 지침에 어긋난 경영기획안이 일선 실무자급에서 규정에 어두워 나올 수는 있지만, 중간 검토 과정을 거치며 상위 의사결정 기구로 가면서 걸러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엄격한 내부통제 제도를 감안할 때 경영진 수뇌부의 개입 없이 이런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엘시티 사업에 대한 부산은행과 BNK금융그룹의 지원은 보편적 대출 관행에 비춰 파격적이고도 비상식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PF 대출의 대부분이 비주거시설을 담보로 이뤄진 상황에서 만약 상가와 같은 비주거시설 분양이 부진하면 BNK그룹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대출해줄 수 없는 부적격자에 대한 대출과 동일인 한도 초과 대출, 위험 부담이 큰 상업시설에 대한 담보 설정, 담보 한도 초과 대출 등 금융권의 여신관리 원칙을 무시한 이 같은 특혜 대출이 어떻게 추진될 수 있었는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많은 은행권 관계자들은 “회사의 존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그룹 전체의 명운을 건 도박과 같은 거대 대출을 결단할 수 있는 결정권은 최고경영자(CEO) 외에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엘시티 사업에 대한 1조 원대 대출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BNK금융의 의사결정이 경영진 수뇌부 몇 명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도 무관심했다. 지난 1월 5일까지 BNK금융의 최대주주는 롯데제과·롯데장학재단·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리아·롯데상사·㈜롯데·광윤사·호텔롯데 등 9곳의 롯데그룹 관계사로 지분율은 11.33%다. 현재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2대주주(10.94%)로 있다가 지난해 말 지분 추가 매입으로 보유지분을 12.40%까지 끌어올렸다.

연기금 운용전략상 재무적 투자자로 참가한 국민연금과 달리, 전략적 투자자로서 실질적인 1대주주인 롯데는 이사회에 대한 의사표시 및 전달 창구로 이봉철 롯데쇼핑 부사장(정책본부 지원실장)을 비상임이사로 두기까지 했으나,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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