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차기 대통령의 성공 조건

입력 2017-03-23 10:53 수정 2017-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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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난 이후 검찰에 이어 특검 조사도 진행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엮인 것”이라며 조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자연인 박근혜’로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무려 13가지 범죄 혐의를 받은 피의자 신분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出席) 모습을 보면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당당하다.

국민들은 죄야 어쨌든 간에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지만, 그의 태도에 실망감만 더 커졌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범죄의 사실 여부는 가려지겠지만, 자신의 잘못 때문에 국정 혼란과 국론 분열이 발생한 데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 탄핵소추 때도, 헌재의 탄핵 결정 때도, 청와대 퇴거 때도 박 전 대통령은 침묵했다.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마지못해 한 말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는 단 두 마디였다.

이게 국정 혼란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긴 전직 대통령의 자세인가. 삼성동 집 앞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일부 지지자들에게는 눈물을 글썽이며 화답하면서도, 다수 국민의 성난 목소리는 외면하는 그의 모습에서 지난 4년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건 또 한 명의 불행한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1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대부분 불행하게 퇴진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쫓겨났고,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은 조기 퇴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암살됐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은 피했지만,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다가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와 아들 현철 씨 비리 문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과 세 아들 비리 사건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 강 문제가 아직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취임할 때에는 화려하게 등장하지만, 퇴임 즈음이면 존경은커녕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실상이다.

이제는 불행한 대통령사(史)를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국민의 성숙한 선거 의식이 확립돼야 한다. 후보자의 국정 철학과 도덕성 검증 없이 학연, 지연, 혈연 때문에 지지하는 구태(舊態)는 사라져야 한다.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결과에 따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G2(미국·중국) 리스크와 북한 도발, 최악의 경제 등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위급 상황이지만 차기 정부는 사전 준비 없이 국정을 끌어가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좌우로 갈라진 국론 분열은 차기 정부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정치 지형 속에서 국론 분열까지 지속된다면 차기 정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차기 대통령은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돼야 한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시민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사회 통합을 이뤄야 경제·외교 정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하겠다며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상당수 정치인이 여전히 구태를 못 벗고 있다.

자신의 국정 운영 비전과 공약으로 평가받기보다 막말과 상대방 헐뜯기로 관심을 끌려는 후보들이 늘고 있다. 또 현실과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도 문제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는 국민 모두의 잘못이다. 또다시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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