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호텔 전락했는데 또 돈들여 시민청 만든다고?"

입력 2017-03-29 08:25 수정 2017-03-29 12:5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시민 휴게장소 대신 노숙인 쉼터로 전락… 9억 들여 제2 시민청 건립 추진에 반발

▲서울시청 지하에 마련된 시민청 내부 모습.(이선애 lsa@)
▲서울시청 지하에 마련된 시민청 내부 모습.(이선애 lsa@)

지난 24일 오후에 찾은 서울시청 지하 1·2층에 마련된 시민청. 시선이 닿는 곳곳에는 노숙인들이 있었다. 앉아있는 노숙인들보다 누워서 코를 골며 자는 이들이 더 많았다. ‘신발을 벗고 눕거나, 잠을 자는 행위는 삼가시길 바랍니다’란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아이와 함께 앉을 곳을 찾다 노숙인들 때문에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발길을 돌린 한 주부는 “아이가 노숙인과 눈이 마주쳐 울음을 터트렸는데 이제 아이와 함께 오기는 힘들 것 같다”며 “노숙인도 시민이기 때문에 시민청에 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청에서 너무 관리를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을 전전한다는 한 노숙인은 “넓고 환경이 쾌적해 이곳에 항상 온다”며 “서울 곳곳에 있는 노숙인들이 이곳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데 지난 겨울에는 날씨도 추워 특히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전력 콘세트랑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많고 여기서는 소지품을 잃을 걱정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청과 관련된 시민들의 민원이 하루가 멀다하고 제기되고 있다. 노숙인에 대한 관리는 물론 시설개선에 대한 요구도 많다. 한 시민은 “휴게공간인 시민청 조명이 너무 어두워 술먹고 널부러져있기에 적당하다”며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민청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13년 시민들의 휴게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시민이 스스로 만들고 누리는 시민생활마당으로, 토론·전시·공연·강좌·놀이 등 각종 시민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러나 개관 4주년을 맞은 시민청의 민낯은 노숙인들의 호텔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문제는 서울시로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청은 모든 시민에게 개방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노숙인의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측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건의사항 반영과 시민청 이용 편의제공을 위해 조명기구 점검 및 시설개선을 상반기에 추진해 시민청내 조명을 밝게 할 것”이라며 “일부 공간에 노숙 방지용 칸막이 의자 등의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청이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노숙인 쉼터로 전락한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제2의 시민청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이 시민청 추가 개설과 관련 예산 9억 원을 편성하면서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 사업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는 시각이 짙다.

업무공간 부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청이 위치한 서울시청 지하 1·2층을 업무공간으로 조성하면 인근 무교청사, 청계청사 등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부서들을 다 불러모아 적잖은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시는 강남구의 반발로 세텍 부지 내 서울산업진흥원(SBA) 컨벤션센터에 조성하기로 했던 제2의 시민청 건립을 철회하고 새 장소를 물색 중이다. 당시 강남구청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며 맞서 시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공사중지명령 등의 갈등을 겪었다.

시민청 운영도 논란거리다. 시민청은 서울문화재단이 위탁받아 운영 중으로, 시민들의 공간이 되어야 할 이 곳이 서울문화재단과 관련된 일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형주 서울시의회 의원은 “시민청을 서울문화재단에 위탁하는 것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며, 일부 예술인들을 위한 장소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청 노숙인들 관리가 안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의 반응이 긍적적이며, 순출을 돌며 노숙인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제2시민청은 시민들과 자치구의 요청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또 담배…근무 중 자리 비움 몇 분까지 이해 가능한가요 [데이터클립]
  • 일본은행, 엔저에도 금리 동결…엔ㆍ달러 156엔 돌파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연이은 악수에 '와르르' 무너진 황선홍호…정몽규 4선 연임 '빨간불'
  • [컬처콕] "뉴진스 아류" 저격 받은 아일릿, 낯 뜨거운 실력에도 차트 뚫은 이유
  • 하이브, '집안 싸움'에 주가 5% 급락…시총 4000억원 추가 증발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363,000
    • -0.18%
    • 이더리움
    • 4,499,000
    • -0.29%
    • 비트코인 캐시
    • 692,500
    • +0.29%
    • 리플
    • 751
    • -0.13%
    • 솔라나
    • 206,300
    • -2%
    • 에이다
    • 674
    • -1.17%
    • 이오스
    • 1,174
    • -6%
    • 트론
    • 169
    • +1.2%
    • 스텔라루멘
    • 162
    • -1.22%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700
    • -1.61%
    • 체인링크
    • 20,890
    • -1.6%
    • 샌드박스
    • 657
    • -0.4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