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키워드] ⑥부자증세…법인세ㆍ부동산 보유세 더 걷어 공약재원 마련?

입력 2017-04-03 11:04 수정 2017-04-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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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에 도전하는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일자리·복지정책을 내놓으면서 ‘증세공약’이 화두로 떠올랐다.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보듬기 위한 예산을 늘리려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세 공약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야는 법인세다. 법인세는 보통 ‘양날의 칼’로 인식된다. 증세 효과가 높고 소득세·소비세에 비해 조세 저항이 작아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상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하지만 법인세가 오르면 내수 부진과 높은 생산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로서는 생산·판매가 유리한 해외로 기업을 이전할 수밖에 없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세수마저 줄어들게 된다. 법인세 인상이냐 인하냐는 어느 쪽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5·9 장미대선을 준비하는 대선주자들 역시 법인세와 관련된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81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저한세율을 높여서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높여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법인세 명목세율 22%는 OECD 평균이 22.8%를 감안하면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라며 “여기에 모든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거꾸로 한꺼번에 올리면 기업이 어떻게 감당할까”라며 급진적인 법인세 인상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걸로도 부족하면 명목세율 인상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어떠한 방식으로든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점은 기정사실화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에도 명목세율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실효세율 인상에는 동의한다. 특히 안 전 대표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리고 누진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세 감면 정비 및 최저한세 인상 등을 통한 세수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담아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안을 제시하는 주자들도 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현재 22%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주창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440개 기업의 법인세율 8%포인트 인상해 최고세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주자는 최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뿐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29일 유아무상보육정책인 누리과정 개편을 골자로 하는 복지정책을 발표하면서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법인세는 안 올려도 된다”면서 “경남도에서 단 1원의 세금도 올리지 않고도 복지가 가능했다. 내부의 예산만 조정하면 된다”고 답했다.

일부 대선주자들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도 이번 조기대선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문 전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승민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부동산보유세 실효세율 인상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재명 시장은 부동산 조세 공약으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간 15조 원가량을 거둬들인 후 국민에게 30만 원씩 기본소득으로 돌려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밖에도 부자증세 공약으로 문 전 대표는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고액상속자 상속세 인상 △자본소득 과세 확대 등을, 이재명 시장은 10억 원 초과 소득자의 최고세율 10%포인트 인상, 유승민 의원은 소득세·재산세 인상 동시 검토, 안희정 지사는 상속·증여세 인상, 홍준표 지사는 재산세 인상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나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부자 증세가 증세 수단으로 적합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장을 통한 세수 증대가 이뤄져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는 만큼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세수를 감소시키는 법인세 인상은 후순위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의 경우도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했을 때 2배 정도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시장 침체와 임대소득 생활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법인세는 무작정 인상이 아닌, 비과세·감면 정비에 중점을 두되 새로 신설되는 항목까지 관리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부동산 보유세의 경우도 가계부채와 연계돼 조세 부담이 결국 늘어나게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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