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죄는 엄단하되, 경제는 가두지 말자

입력 2017-04-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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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부국장 겸 정책사회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방에서 벌써 사흘 밤을 보냈다. 영애(令愛)로 17년, 은둔생활 18년, 정치생활 19년을 거쳐온 지난날을 곱씹으며 쉽게 잠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결백하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긴 밤을 억울함에 북받친 분노의 눈물로 보냈을지도 모른다.

‘얼음공주’, ‘수첩공주’로 불리면서 ‘공주’처럼 떠받듦을 누렸던 그는 이제 보좌진 없이 혼자 밥 먹고, 식판과 식기도 직접 설거지해 반납했을 터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됐다.

40년 지기였던 최순실 씨와 그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미 서울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은 이제 그들과 구치소 동기가 됐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김기춘·조윤선 씨도 동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 모두 박 전 대통령보다 수감 생활 며칠 선배이지만, 국정 농단의 장본인들이라는 점에서 동기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구치소 규정에는 수감자에게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 번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돼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운동장을 이용할 때 이들 동기를 만날 가능성도 있으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구치소에서 말 맞추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주치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유체이탈”, “우주의 기운”등이 운운될 정도로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살아온 박 전 대통령의 인생 역정에 소통 부재라는 스타일을 고려하면 본인은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본인은 아직도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겠지만, 그의 국정 농단으로 그동안 국가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점에서는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불소추 특권’을 이용해 이리저리 피했던 국정 농단 ‘몸통’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명시한 13가지 혐의를 조목조목 파헤쳐 국민에게 공표하고, 죄가 있다면 법의 심판에 따라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법꾸라지’ 별명을 얻은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한 수사도 이제부터 ‘본게임’을 펼쳐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죄를 묻는 데 예외는 있을 수 없다. 삼성을 비롯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죄가 확정된다면 책임자를 구별해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만은 염두에 둬야 한다. 국가 경제까지 구치소나 교도소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들을 조사한다면서 3개월 넘게 출국금지로 묶어 놓은 점이 대표적인 문제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로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를 제때 풀지 못해 경제적인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출금 조치로 해외 광폭 행보를 어어가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출금을 해제한다고 해서 수사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청와대의) 기업 경영 자유권 침해”를 언급했지만, 검찰도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기업도 떼만 쓰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자율적인 경영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삼성이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진즉 해야 했을 일이다. 다른 기업들도 정권에 의지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기존 관행을 뿌리 뽑고,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월 수사를 종료하면서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시장에 올바른 신호를 보내기 위해 대기업 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듯, 이제는 그 신호를 계기로 공직 사회는 물론, 업계와 국민 모두 경제의 정치 리스크를 털어내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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