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약직 국민연금 운용역의 자괴감

입력 2017-04-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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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기업금융부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은 대부분 3년 계약직이다. 계약 기간은 연장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사 이후 법적 정년까지 근무하는 이는 없다. 이들이 계약직인 이유는 자산운용의 전문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하다가 또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계약직 신분이어도 크게 서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정치·정무의 영역에서는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연금의 관리와 운용을 맡는 준정부 기관이다.

‘준정부 기관의 계약직.’ 대우조선해양 채무 조정과 관련한 이들과 대면하는 정부 공무원과 국책은행 관계자들이 애초에 관계 설정을 대등하게 할 리 없다. 행정고시를 통과한 고위 공무원들이 보건복지부 산하인 국민연금보다 밑에 있는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을 적극적 협상 파트너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예전처럼 윗선 관리자가 있었으면 국민연금이 저러지 못했을 텐데…”, “준정부 기관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느냐” 등이 이번 대우조선 채무조정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들은 말들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최근 실장 및 팀장급 인사 다수가 퇴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 중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10년가량 근무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조정을 겪으면서 일종의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 이들 일부의 견해이다. 정부와 맞닥뜨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수세적(守勢的)으로 끌려다니다 보면 “내가 자산운용 전문가인지, 대관(對官) 전문가인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다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만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새 정부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공약처럼 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위상을 갖춰야 한다. 이전 정권처럼 기금운용본부를 지방에만 갖다 놓아서는 끝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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