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개혁 작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존 노동정책도 수술대 위에 올랐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양대 지침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즉각 폐지에 따른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공공기관 방만 경영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5일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부부처에 따르면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성과연봉제, 단체협약 시정지도 등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에 대한 단기적인 폐기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양대 지침이나 성과연봉제 등은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도 밀어붙였던 사안들이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이러한 각종 노동 관련 행정지침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행정지침은 부처 내부의 행정처리 방침일 뿐이어서 원칙상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어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폐기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대위 기구였던 국민의나라위원회가 작성한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운영방향’ 보고서의 10대 즉시 시행과제에 포함돼 있어 문 대통령의 우선 업무지시 사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과제다.
우선 성과연봉제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폐지를 깊이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도입 1년여 만에 수정 또는 백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노사합의가 없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미 노조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성과연봉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법원 판단까지 나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업무 성과가 낮은 근로자에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저성과자 일반해고’와 회사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는 행정지침이라 원전 재검토를 넘어 조만간 대통령 업무지시 등을 통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주무부처는 이 같은 내용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사회분과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최종 정책이나 업무지시 사항으로 다듬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급작스런 폐기에 따른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기업 반발 등을 고려해 단계적인 폐지 검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이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근거가 없고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것이며 노동조건 대등결정 원칙이라는 노동법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지적하는 만큼 법 개정 등의 보완작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
또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린다면 또다시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부추길 수 있는 데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120개 공공기관이 각각 이사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폐지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