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책사 역할을 하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26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 향년 89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의 딸이며 MSNBC의 ‘모닝 조’ 프로그램 진행자인 미카 브레진스키는 이날 아버지의 죽음을 트위터로 밝혔다.
그는 구소련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한편 실패로 끝났던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 전개를 도왔다.
30여 년간 민주당 내에서 국제 문제에 대해 권위 있는 전문가로 통했다. 또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등 공화당 대통령 밑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국무장관 등을 역임했던 헨리 키신저와 비교되기도 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북미와 서유럽 일본 간의 3자 협력에 외교정책 초점을 맞췄으며 동유럽 인권보호를 부르짖었다. 카터 재임 기간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 수립에 도움을 줬으며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중동 평화협상을 이끌어 냈다.
독일 태생의 키신저와 마찬가지로 폴란드에서 태어난 브레진스키도 소련에 강경자세를 보였다. 1979년 12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카터 정부는 곡물 수출금지,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불참 등의 조치를 취했다. 브레진스키는 아프간의 무장 게릴라 세력인 무자헤딘 지원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후 아프간에서 소련이 물러나기는 했지만 현지 권력 공백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채우면서 아프간은 테러의 온상이 됐다.
카터 대통령 시대 이후 브레진스키는 존스홉킨스대학 폴H.니츠국제학대학원 교수와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딸이 진행하는 뉴스쇼 ‘모닝 조’에도 종종 출연했다. 그는 조각가인 부인 에밀리 베네스 브레진스키와의 사이에 딸 이외 아들 2명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