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양극화와 증세 논쟁

입력 2017-08-08 11:12 수정 2017-08-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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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결정했다. 임기 5년 동안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선택지이다. 정부는 필요 재원 178조 원 중 83조 원을 세수 증가분으로, 95조 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세법 개정을 통한 세수 증대와 자연 세수증가분 등을 합하면 세입(83조 원) 부분은 문제없지만, 세출 구조조정이 고민”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증세의 명분으로 양극화를 제시했다. 가계와 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만큼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세 부담을 더해 달라는 것이다. 대신 서민·중소기업은 세제 혜택을 확대해 소득 주도의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이다.

2017년 세법개정안도 ‘부자 증세, 서민 감세’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과표 3억 ~ 5억 원 40%, 5억 원 초과 42%를 적용해 고소득자 9만3000명으로부터 연간 2조57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고, 과표 2000억 원 이상 129개 대기업은 연간 3조7000억 원의 법인세를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서민·중산층에게는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연간 2200억 원의 세 부담을 줄여 줄 방침이다. 중소기업에도 고용 증대 세제 개편 등을 통해 6000억 원의 법인세를 경감해 줄 계획이다.

정부의 증세 방안이 발표되자,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부 고소득층과 대기업만 콕 짚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안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47%에 달하는 소득세 면세자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번 세법개정안으로는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참에 부가가치세를 올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과연 ‘서민 증세’를 해야 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분배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가처분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 소득으로 나눈 값), 상대적 빈곤율(중위 소득 50% 이하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모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상위 20% 가구가 전체 소득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작년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9.8% 감소했다.

경제의 중심축인 중산층의 비중도 감소했다. 작년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65.7%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줄었다.

고소득자는 고임금과 금융 및 임대 소득 증가로 자산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저소득층은 저임금과 주거 및 금융부채 비용 증가로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기업 간 불균형도 심각하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전 산업 총자산은 4320조 원으로, 이 중 대기업이 65%를 차지했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율(법인세/영업이익)은 각각 24.0%, 22.7%로 유사했다.

대기업 간 양극화도 심화했다. 공정위 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31개 기업집단 중 빅4(삼성·현대차·SK·LG)의 매출액 비중이 56.2%를 넘어섰다. 이 비중은 5년째 상승 중이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72.7%가 4대 그룹의 몫이다. 대기업은 매년 수익을 내도 투자나 고용 없이 내부에 축적해 30대 기업 유보금이 754조 원에 달한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자와 서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다른 나라의 국민, 기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나누고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 공동 운명체이다. 남이 어떻게 되든 내 것만 챙기겠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지금은 고소득층·대기업이 세금 부담을 더해 경제 회복의 마중물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 부자증세 논쟁은 그만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맞는 '중부담 중복지'를 어떻게 할지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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