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개미가 가상화폐 간다는데…“걱정 안 되세요?”

입력 2017-09-11 10:39 수정 2017-09-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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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자본시장부장

“걱정 안 되세요?” 올해 초 만났던 증권업계 사람들에게 가끔 건넸던 질문이다.

올해 들어 가상화폐 투자 바람이 일반에게 본격적으로 분 것은 다른 한편으로 볼 때, 증권 시장의 개인투자자 이탈이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90%가 넘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코스닥의 경우 가볍게 볼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아직 인정도 못 받은 건데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영향을 줄 만한 요소가 있기나 하겠어요?”

질문했던 이유는 재테크 정보가 빠른 주변의 지인 상당수가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중 일부는 지난해 말 주식 대신, 이름도 생소했던 몇몇 코인에 제법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자주 찾았던 개발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십, 수백 대의 PC를 이용해 가상화폐를 캐는 ‘채굴’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등장했고,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반년이 흐른 지금, 가상화폐의 거래 규모는 주식 시장을 뛰어넘었다. 비트코인에 이어 제2의 가상화폐로 부상한 이더리움이 지난해 4만~5만 원 수준에서 올해 초 10만 원대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불이 붙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최근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일일 거래 대금이 2조6000억 원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전날 코스닥 일일 거래 대금은 2조4000억 원. 우리나라 제2의 증권 시장이 가상화폐 거래소 한 곳만도 못한 규모가 된 것이다. 다른 거래소의 거래 대금까지 포함한다면 격차는 더 커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톡이라는 강한 플랫폼을 등에 업고 증권 서비스를 제공해 온 ‘카카오스탁’은 궤도를 수정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며,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삽시간에 벌어진 변화이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 시장을 더 이상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주식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여서 직접적인 타격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순영업수익(별도재무제표 기준)에서 브로커리지 수수료의 비중은 2002년 75.4%를 정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6월 현재는 29.7%에 불과하다.

대신 요즘은 기업공개(IPO)와 증자,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주간하고 자문하는 IB(투자은행) 관련 이익으로 순익 구조는 바뀌었다. 그래서 평생 거래 수수료 면제라는 마케팅도 하고, 초대형 IB에 목숨도 걸고 그러는 것이 아니겠나. 따라서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바라는 수익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다. 돈의 유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선순환 구조의 상실을 뜻한다. 올 상반기 코스피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견인하며 사상 최고치의 상승 랠리를 펼쳤지만, 유독 코스닥은 반응이 없었던 것이 바로 그렇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말라간다는 것이며, 창업 생태계의 구조가 취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장이 괴사할 경우 증권업계에 돌아오는 후폭풍도 불가피하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의 대체재를 찾아 이동했다는 것은 코스닥의 신뢰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신규 접수된 불공정거래 사건 208건 가운데 코스닥에서 발생한 것이 130건에 달했고, 올해도 8월까지 불성실공시법인이 전년보다 24% 늘어났다는 발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소문 하나에 하룻밤 사이 30% 이상이 폭락하고, 끊이지 않는 보안 문제가 일어나는 가상화폐의 낮은 신뢰도를 볼 때, 그 이유가 다는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우량하고 건전한 기업으로 꼽히며 코스닥 시장을 지탱해왔던 기업들까지 연이어 코스닥 탈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악재(惡材)이다. NAVER, 아시아나항공, 에이블씨엔씨, 엔씨소프트,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도 이사를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지 벌써 21년이 지났다. ‘한국의 나스닥’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비교하기도 무색하다. 왜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떠나는지, 업계의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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