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28. 계화왕후(桂花王后)

입력 2017-11-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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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이 엇갈린 태자비· 왕후·태후의 삶

계화왕후(桂花王后)는 신라 39대 소성왕(昭聖王, 재위 798~800)의 왕비이고, 40대 애장왕(哀莊王, 재위 800~809)의 어머니이다. 김씨이고, 대아찬 숙명(叔明)의 딸이다. 숙명은 또한 ‘삼국유사’에는 숙명(夙明)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동일 인물이다.

소성왕은 신라 38대 원성왕(元聖王, 재위 785∼798)의 장손이다. 원성왕은 맏아들 인겸(仁謙)을 왕태자로 책봉하였으나 일찍이 죽고, 이후에 아들 의영(義英)을 태자로 삼았으나 그 역시 일찍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원성왕은 인겸의 아들인 준옹(俊邕)을 태자로 삼았고, 준옹은 원성왕이 죽자 소성왕으로 즉위하였다.

소성왕은 즉위한 지 2년째 되는 해인 800년에 계화를 왕후로, 아들 청명(淸明)을 태자로 책봉하였다. 그해에 소성왕이 죽었다. 소성왕과 계화왕후의 아들인 청명은 열세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계화왕후는 애장왕이 즉위한 지 6년 되는 해인 805년에 대왕후(大王后)로 책봉되었고, 같은 해에 당으로부터 대비(大妃) 책봉도 받았다. 다만 당에서 보내온 대비 책봉 문서에는 김씨가 아닌 숙씨(叔氏)라고 돼 있는데, 이는 계화왕후의 아버지 숙명이라는 이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는 신라 왕실 내의 동성 간 혼인을 당에 알리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칭한 것이다.

계화왕후는 이미 소성왕의 왕비로서 당의 책봉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만 당의 책봉사신 위단(韋丹)이 신라로 오는 도중 소성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가는 바람에 책봉 문서가 전해지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신라는 애장왕이 즉위한 지 9년 되는 해인 808년에 사신 김력기(金力奇)를 보내 당에 조공을 바쳤다.

김력기는 소성왕의 죽음으로 전해지지 못했던 애장왕의 할머니 성목태후와 어머니 계화왕후에 대한 책봉 문서를 이제라도 신라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당의 헌종(憲宗, 재위 805~820)이 이를 허락하였다. 계화왕후는 당으로부터 소성왕의 왕비로서 비의 책봉을 받고, 애장왕의 어머니로서 대비의 책봉을 받았던 것이다.

애장왕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기에 숙부인 언승(彦昇)이 섭정을 하였다. 어리지만 “왕은 나”라고 주장하고 싶은 조카와 조카가 미덥지 않은 숙부 사이의 정치적 알력은 조카가 성장함에 따라 더 심해졌다. 결국 언승은 809년에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가 신라 41대 헌덕왕(憲德王, 재위 809∼826)이다. 계화왕후의 아들이자 애장왕의 동생인 체명(體明) 역시 왕을 지키다가 함께 죽임을 당했다.

계화왕후는 태자비였고, 왕후였으며, 태후였다. 그러나 왕후와 태후로서의 영광의 나날은 짧았고, 남편과 아들의 죽음은 아프고 무참했다. 영욕으로 점철된 삶이다. 이를 견디는 것은 또 다른 단계일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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