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리외교 시험대 오른 문 대통령

입력 2017-11-07 10:46 수정 2017-11-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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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저하게 국익 우선주의 세일즈 외교에 나서고 있다. 먼저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간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7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정·재계 인사와 함께하는 만찬 등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순방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짧은 기간 국빈 방문이 아님에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비롯해 4차례나 식사를 같이하며 두 정상 간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러한 일본의 극진한 대접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우리가 일본과 더 가까웠던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미·일 경제계 인사와의 회동에서 미 자동차 수출을 예로 들며 “미·일 무역은 불공정하다”며 일본이 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단칼에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무역협상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분명히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슬기로운 대처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끌려다니게 되면 결국 미·캐나다 FTA나 미·멕시코 FTA 사례에서 보듯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을 볼 수 있다.

한·미 FTA가 자동차나 전자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에서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한·미 FTA 때문에 그럴까. 일본은 미국과의 FTA 없이도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청구서를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도 구체적인 영수증을 내밀 필요가 있다. 과연 한·미 FTA가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될까. 한번 제대로 따질 필요가 있다.

선진국 중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과연 몇 나라가 있을까.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곤 대부분 개발도상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다. 트럼프가 일본에 FTA 교섭을 요구하는 점만 봐도 이는 미국에 더 이익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미 FTA를 폐기하기에는 북한 문제나 우리의 국력 등 여러 상황 때문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내세울 수 있다는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미·중 사이에 외교적인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면서 중국과의 갈등만 유발하며 엄청난 경제손실을 입은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불가와 한·미·일 군사동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전제 발언이기도 했다. 중국과의 합의문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입장표명 수준에서만 기술하고, 실질적으로는 강 장관의 국내 발언으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외교적인 수완을 보였다.

강 장관의 이 같은 ‘3NO’ 원칙을 두고 야당에서는 “굴욕적인 외교”라며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비난에도 우리는 사드 갈등으로 중국과의 꼬였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 실리외교를 잘 보여 준 것으로 생각한다.

고려 초기 서희 장군이 거란군 소손녕 장군과의 담판에서 국제 정세를 잘 활용해 여진을 물리치고 강동 6주를 얻었듯이, 문 대통령도 북핵 문제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국제 정세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할 한·미 FTA 개정 협상도 북핵 문제와 연결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실리 외교를 잘 펼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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